개인정보 보호 위해 ‘비식별화 처리’ 필요하다는 이유
학부모-학교측 갈등, 공공기관 CCTV ‘무용지물’ 논란
학교폭력 및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열람을 위해서는 열람 비용 부담을 학부모나 학생 개인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부산 한 초등학교에서 교내 CCTV 열람을 두고 학부모와 학교 측의 갈등이 빚어졌다.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6일 휴대전화 분실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운동장에서 진행된 수업에서 A군의 스마트폰이 교구로 활용됐는데, 이후 A군의 스마트폰이 분실됐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하교한 A군은 당일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에 A군의 학부모는 학교 측에 휴대전화가 분실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비추는 CCTV 열람을 요구했다. 요청 영상은 수업 시간 직후부터 3~4시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식별화 작업이 필요하고, 이 경우 예상 비용 180만원은 열람 요청자인 학생, 즉 학부모에게 돌아간다고 안내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절차를 안내했다”며 “민간업체에 모자이크 작업 의뢰 시 1분당 1만원대로 180만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배포한 공공기관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CTV 열람 시에는 정보주체 이외의 자의 개인영상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 등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발생한 비용은 열람 요구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에게 동의를 얻는 경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을 예외로 두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동의를 받기 어렵다보니 경찰 입회 아래 CCTV를 열람하게 되는 과거의 관행이 반복돼 경찰력 낭비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관의 유책으로 개인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기관에서 비용을 부담해 CCTV영상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례는 교내에서 분실됐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아 학교 측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공기관 CCTV 열람 문제는 비단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난·분실 사고가 잦은 지하철, 접촉사고가 빈번한 주차장 등에서도 ‘나를 볼 권리’와 ‘타인의 개인정보 침해’라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CCTV 운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비식별 영상편집 기술을 외부 업체에 의존하면서 높은 비용을 CCTV 열람 요구자가 별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A군의 학부모는 터무니 없이 높은 금액에 불만을 표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학교 측은 CCTV 관리 책임자인 교감이 영상 일부를 확인했으나 분실된 스마트폰을 찾지 못했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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