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창의 제안’ 운영 성과
1호 사업은 ‘지하철 15분 재승차’… 1828만명 이용 271억원 비용 경감
20개월간 우수사례 108건 발굴
‘창의행정상’ 연 60개 내외 선정… “누구나 아이디어 낼 체계 구축”
“처음에는 ‘과연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서울시 소속 임국현 사무관(43)은 지난해 3월을 이렇게 회상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검토한 후 실제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창의 제안’에 기획안을 낸 뒤였다. 당시 도시철도과 소속이던 임 사무관은 10년 전 서울메트로 재직 당시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며 겪었던 문제점을 떠올렸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며 게이트를 열어달라는 시민들을 마주하곤 했다. 단순히 열차를 반대로 탔다는 이유 등으로 시민들이 승강장에 진입할 때 요금을 다시 지불하거나 역무원을 호출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었다. 승강장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환승’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 ‘창의행정’으로 행정 서비스 질 향상
역무원 시절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점을 토대로 완성된 임 사무관의 아이디어는 서울시 ‘창의행정 1호’가 됐다. 동일 역에서 일정 시간 내에 열차를 다시 탈 때는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환승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7월 ‘10분 재승차’로 시범사업을 시작하자 “너무 편하다”는 시민 반응이 쏟아졌다. 같은 해 10월 ‘지하철 15분 재승차’라는 이름으로 확대 개편돼 정식 도입된 지 1년이 흘렀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재승차 시범 도입 후 이달 21일까지 누적 1828만 명이 이용했고, 약 271억4700만 원의 재승차 비용이 경감됐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적극행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직접 실행에 옮겨 행정 서비스를 개선한 고성과자에게 금전적·인사상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적극적인 시도와 새로운 시각으로 시민들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개선하는 ‘창의행정’을 통해 행정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다.
복지실 고독대응과 최지은 주무관(28)이 제안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참여형 QR코드 적립’은 올해 6월 2차 창의 제안에서 우수상에 선정됐다. 사회적 고립 위험군 1인 가구가 주민센터를 방문한 후 QR코드를 스캔하면 적립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스캔하지 않은 대상자는 추가 안부 확인이 진행된다.
최 주무관은 “음식점,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비대면 상황에서 QR코드를 사용하다 보니 고립 가구의 비대면 안부 확인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4 중앙우수제안 후보로도 선정된 최 주무관의 아이디어는 내년 중 시행될 예정이다.
주말 나들이를 나갔다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가 텅 빈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경우도 있다. 올해 9월 3차 제안에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안내 시스템’을 고안한 교통실 교통운영과 조혜진 주무관(45)은 “중앙버스전용차로와는 달리 평일 전일제 및 시간제로 운영하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고속도로처럼 안내 시스템을 도입하면 도로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용차로 위반 사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7∼12월) 시행 예정인 이 아이디어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 우수사례엔 ‘창의행정상’
지난해 2월부터 올 9월까지 3667건의 창의 제안 중 108건의 우수사례를 발굴한 서울시는 올해 창의행정 확산을 위해 우수 창의 제안을 한 직원이나 제안을 실행하여 성과를 달성한 직원에게 ‘창의행정상’을 수여한다. 연간 6회(제안 5회, 실행 1회), 각 10개 내외로 선정한다. 대상자에게는 창의행정상을 수여하고 성과우수자 특별휴가(2일), 포상금도 지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받은 만큼 일한다’는 소극적 인식 대신 불필요한 일을 덜고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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