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공의마다 담당 교수 배정 ‘1대1 실습’… 전문의 역량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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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해법, 해외서 길을 묻다] 〈4〉 전공의 제대로 키우는 캐나다
직접 진료보게하고 즉각 피드백… “레지던트, 근로자이면서 교육생”
의대 정원 20년간 1150명 늘려… “교육-수련 질 유지위해 소폭 증원”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빅토리아병원에서 웨스턴대 의대 학생(왼쪽)이 담당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응급의학 실습을 하고 있다. 캐나다는 모든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담당 교수가 배정돼 일대일 교육 및 수련을 하고 있다. 빅토리아병원 제공
“오전 9시에 출근해 환자 기록을 보다 오전 10시부터 외래 환자를 진료합니다. 그리고 환자 진료가 끝날 때마다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습니다.”

15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웨스턴대 산하 빅토리아병원 진료실. 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4년 차 데니스 커리 씨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약물 중독 환자를 진료하고 약 처방을 한 뒤 옆방에 있던 지도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커리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환자에게 쉽게 설명하는 방법 등 진료 현장에서만 받을 수 있는 조언을 들었다”며 “일대일로 매칭돼 진료 후 바로 피드백을 받으니 전문의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의대 30위권에 대학 3곳이 이름을 올린 캐나다는 임상 중심의 의학 교육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빅토리아병원 정신과 수련 책임자인 제임스 로스 웨스턴대 교수는 “의대 실습과 레지던트 수련의 목표는 정확한 처방과 적절한 진료를 할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대생과 전공의 한 명마다 담당 교수가 배정돼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 의대생도 일대일 임상 실습

같은 날 빅토리아병원 정신과 병동에선 의대 4학년생 조너선 해밀턴 씨가 이재헌 웨스턴대 의대 정신과 교수와 함께 우울증 및 약물 중독을 겪는 환자를 진료했다. 진료를 마친 뒤 해밀턴 씨는 “우울증 약으로 세로토닌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다른 약을 쓸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고 이 교수에게 묻고 답을 들었다.

임상 실습 중인 해밀턴 씨는 이날부터 2주 동안 매일 4시간씩 진료실에서 환자 진찰, 검사, 처방 등을 교수와 둘이서 하게 된다. 의대 임상 실습 때 학생 6, 7명이 교수를 뒤따라가며 어깨너머로 보는 수준인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인턴 때 여러 과목을 배우고 레지던트 때 전공과를 정하는 한국의 전공의 시스템과 달리 캐나다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전공과를 정하고 레지던트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의대생과 마찬가지로 레지던트 과정에도 담당 교수가 일대일로 지정돼 집중 수련을 한다. 정신과 레지던트라면 1∼2월은 기분장애를 담당하는 교수, 3∼4월은 중독을 전공하는 교수, 5∼6월은 성격장애를 담당하는 교수에게 일대일 수련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글렌 반디에라 캐나다왕립의사협회(RCPSC) 이사는 “레지던트는 근로자이면서 교육생”이라며 “환자 치료 방법 결정 등 전문의가 해야 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 교수 지도 아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했다. RCPSC는 캐나다 전역에서 전공의 수련 과정을 감독하고 전문의 자격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반면 한국은 대형 병원 전공과마다 수련 담당 교수가 있긴 하지만 전공의가 과마다 많게는 수십 명이나 되다 보니 개별 지도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 소재 대형 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수련 담당 교수가 있긴 하지만 같이 진료를 보거나 시술 방법을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캐나다 의대와 병원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의대생과 레지던트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해밀턴 씨는 “지난해 임상 실습에서 환자 치료에 참여하면서 환자의 전반적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신과로 진로를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 20년 동안 의대 정원 57.5% 늘려

의대생과 레지던트에 대한 개별 지도가 가능한 것은 대학과 병원에 충분한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과대학협회(AFMC)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캐나다 의대 17곳에서 근무하는 전임 교원은 1만5226명인데 학생 역시 1만5000명 수준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교수 1명당 학생 1명꼴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난해 의대 40곳의 전임교원 대비 학생 수는 교수 1명당 1.69명이다. 여기에 내년도 신입생이 현행 대비 50%가량 늘어나고 유급생까지 더해지는 걸 감안하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 캐나다의 경우 같은 해 의대에서 전임 교원 1명이 담당하는 레지던트 수는 평균 1.99명이었다. 캐나다 명문 토론토대 의대의 경우 교원 1명이 담당하는 레지던트 수가 0.38명에 불과하다. 소수 정예로 수련을 하다 보니 6년 전공의 과정이 끝나면 관상동맥우회술, 관상동맥중재술 등 기본적인 심장 수술을 혼자 집도할 수 있게 된다.

의사 수 부족은 캐나다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캐나다가 2.8명으로 한국(2.6명)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었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자 캐나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1년 2000명에서 2021년 3150명으로 20년 동안 57.5% 늘렸다. 반면 한국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올해(3058명)보다 2000명(65.4%) 늘어난 5058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진통을 겪고 있다. 문병준 토론토대 산하 사우스레이크지역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캐나다는 교육과 수련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처럼 대폭 증원하는 대신 천천히 늘려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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