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가 시작된 25일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 씨(31)는 당초에 가게 문을 열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난해 핼러윈 기간 참사 공포를 떠올리며 이태원을 기피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가게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축제를 즐기러 온 손님들을 위해 핼러윈 단장에 나섰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해피 핼러윈’이 적힌 주황색 가랜드를 걸며 “언제까지 핼러윈이라고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문을 열지 않으면 돌아가신 분들도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밝혔다.
참사 2년이 지났지만 이태원에선 ‘왕년의 핼러윈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채로운 코스튬족과 이들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거리에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 인력들만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여전히 그날 참상을 기억하며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정 모 씨(22)는 “핼러윈 축제 기간이라 인파가 몰릴 것 같아 걱정됐다”며 “그래서 사람이 붐비는 저녁 시간을 피해 일찍 왔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B 씨(28)는 “오늘 인파가 몰릴까봐 조금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아무래도 재작년에 사고가 났으니까 이렇게 경찰들이 많이 배치되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에는 4명의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여기가 그 장소냐”며 손짓하기도 하고 힐끔힐끔 곁눈질하기도 했다. 골목 안쪽에는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길 바란다”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홍대에도 여느 금요일 오후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클럽과 유흥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배치된 인력들을 통해 축제 기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후 7시쯤부터 한 두 명씩 코스튬한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이들에게도 참사는 두려움으로 기억됐다.
오징어게임 복장을 한 20대 남성 서성민 씨(25)는 “이태원으로 갈 까 하다가 위험할까봐 홍대에 왔다”며 “지금은 사람이 별로 없는데 내일부터 많이 몰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경찰과 소방관분들이 많이 계셔서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초록색 용머리에 정보요원 복장을 한 남성 C 씨도 참사 이후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했다. C 씨는 “그래도 1년에 딱 한 번 있는 축제”라면서 거리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경찰은 핼러윈 기간을 맞아 25일부터 31일까지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에 안전 관리지원 활동에 나섰다. 각 서 인력 1234명, 기동대 740명, 기동순찰대 306명 등 경찰관 3012명이 홍대·이태원·강남역 등에 배치돼 지방자치단체 직원들과 합동 근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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