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와 부딪친 50대 남성이 1,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차량’인 만큼 중앙선을 침범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김지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9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교차로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달려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 승객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에 따르면 A 씨는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차로가 보이자 4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횡단보도 앞까지 이동했다. 횡단보도에 도달한 A 씨는 곧장 횡단보도를 통해 맞은편 인도를 향해 주행했다. 당시 보행자 신호는 빨간색이었고, 마침 차량 직진 신호를 받고 달려오던 택시와 A 씨가 탄 자전거가 충돌했다.
A 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횡단보도를 통해 도로를 건넌 행위는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에 해당하지 않고, 자신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고 해도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택시 기사의 과실이 더 크다는 취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차도에 있던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상 차마(차량) 운전자에 해당한다”며 “보행자의 무단횡단이 아닌 차량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한 행위로 평가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량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해 운행할 것까지 예상해 대비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A 씨에게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가 항소했지만 2심도 1심 판결이 정당했다고 봤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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