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앞으로는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접수된 진정을 각하, 기각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안건 처리에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기대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라는 본래의 기능이 약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인권위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소위원회 위원 1명만 반대하는 경우에도 진정이 자동적으로 기각되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시켰다. 안창호 위원장은 기권했다.
현재 인권위는 위원장을 포함 위원 11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와 위원 3명씩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진정이 접수되면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전원위로 올라오는 구조인데, 소위원회 단계에서 각하나 기각하려면 3명의 만장일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규정이 시행되면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을 각하, 기각 시킬 수 있다.
이는 2022년 1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수요집회 현장에서의 욕설, 혐오 발언 등 인권 침해를 정부가 방치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성향의 김용원 위원이 다른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위원회에서 이를 기각시키자 정의연은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의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보수성향 인권위원들은 진정 각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을 추진했고 이날 통과시킨 것이다.
바뀐 규정을 놓고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쏟아지는 진정 사건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사건을 빠르게 걸러내 업무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만장일치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있다” 등 찬성론과 “단 한 명의 의견으로 진정이 각하되는 일이 잦아진다면 인권 보호 기능도 약화될 것이다”, “인권 보호가 절박한 많은 진정인들이 구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론이 맞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각 인권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불리한 안건을 무더기로 기각 또는 각하시킬 경우 인권위가 제기능을 잃고 진정 사건들은 법원으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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