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8)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생겼던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2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과 그의 지인 최모 씨(33)의 2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두상이 보이도록 머리를 바짝 깎은 유아인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정 양복 차림에 안경을 쓴 채 법정에 섰다. 그는 생년월일, 직업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재판장 질문에 답할 뿐 별다른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유아인은 22일 재판부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날 유아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악의적으로 (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생겼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 개시 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를 내원하는 등 수면장애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실제로 수면마취제 의존에서 벗어나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고 있었음에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양형 부당 사유를 밝혔다.
공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 씨는 이날 양형에 관해 다투지 않겠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검찰 양측의 의견을 추가로 듣기 위해 내달 19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유아인은 2020년 9월∼2023년 1월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181차례에 걸쳐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2021년 5월~2022년 8월 타인 명의로 두 종류의 수면제 1100여 정을 45차례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올 1월 최 씨 등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3회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유아인의 마약류 상습투약 및 대마 흡연, 의료용 마약 상습매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다만 대마 흡연교사 혐의와 수사가 시작됐을 때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내용을 지우라고 요구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봤다.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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