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경기지역 과학고 지정
부천고 전환 땐 2027년 개교 가능
지역 자원 활용해 교육과정 운영
예산 230억원 확보해 비용 절감도
경기 부천시가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을 앞두고 지역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과 함께 과학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9월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공모계획’을 공고했으며 지역 특색을 반영한 과학고를 다음 달 새로 지정할 예정이다.
29일 시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과학고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수원에 있는 경기과학고는 수학, 과학 중심 교육에 초점을 맞춘 영재고다. 경기도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약 1363만 명에 이르지만, 이보다 인구가 적은 서울(938만 명)과 부산(328만 명), 인천(300만 명) 등에는 과학고가 각각 2곳씩 있어 과학 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경기지역 학생이 교육 혜택과 진학 선택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어 20년 만에 과학고를 새로 지정하기로 했다. 시설과 인력,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면 2027년 3월, 신설 과학고는 2030년 개교가 목표다.
시는 지난해 11월 부천교육지원청, 부천고 등과 ‘부천 과학고 설립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일찌감치 과학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1974년 개교한 일반 공립고인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시가 전문가들과 과학고 설립을 검토한 결과 부천고는 2016년부터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되고 있어 과학고 운영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준비하기 수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보통 과학고를 신설하려면 4년 이상 준비 기간이 걸리지만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면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2년 안팎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천고는 그린스마트스쿨, 경기도형 공간재구조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시설 개선에 필요한 예산 약 230억 원을 확보하고 있어 과학고 전환에 필요한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첨단 과학 인프라를 갖춘 주요 기업, 대학 등과 협업해 과학고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천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글로벌 전력반도체 2위 기업 온세미의 한국지사인 온세미코리아, 국내 대표적 시스템반도체 기업 DB하이텍 등과 지난달 과학고 설립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 및 산업 자원 등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과학 인재에게 실질적인 현장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달 부천에 있는 가톨릭대, 부천대, 유한대, 서울신학대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9월에는 부천시 5대 특화산업인 로봇 금형 패키징 조명 세라믹 분야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키엘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부천산업진흥원과 과학고 설립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밖에 시는 영화와 웹툰, 클래식 등과 같은 다채로운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이런 인프라와 첨단 과학이 만나면 창의적인 융합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의 과학고 유치 열망도 뜨겁다. 부천교육지원청이 9월 학부모 1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5%가 과학고 설립에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시가 실시한 과학고 유치 기원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도 7만 명을 훌쩍 넘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앞으로 대장신도시에 조성될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SK그린테크노캠퍼스에는 SK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 인력이 모일 예정”이라며 “이를 앵커기업으로 삼아 첨단 과학기술 연구시설이 자리 잡게 돼 지역 자원을 활용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부천에 과학고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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