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해주기로 한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대학별로 휴학을 자율로 승인하기로 했다. 일부 의대교수 단체들은 교육부의 결정을 두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당사자인 의대생, 전공의 등 의료계는 “변한 것은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전날(29일)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간담회를 연 후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당초 교육부는 내년 1학기에 복귀하는 의대생들에 한해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동맹휴학은 불허한다는 기조를 유지해 대학이 휴학을 승인하려면 학생에게 동맹휴학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철회하고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우리 정부가 의료교육 학사 운영 자율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냈다”며 “의료계에서 더 많은 분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교육부 결정이 집단적 ‘동맹 휴학’을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2024학년도 휴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야의정협의체에 불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전제 조건으로 대학의 자율적 휴학 승인 허가를 내걸었던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전날 “학생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이번 결정이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협의체 참여를 두고 의료계 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걱정도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는 불 보듯 명확한 상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에 참여해 명실상부한 여야의정협의체가 되어 모든 당사자가 진정성을가지고 논의에 임하여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야당과 전공의, 의대생의 협의체 참여를 촉구했다.
의대협회도 같은날 “대학은 학생의 학습선택권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제출한 휴학계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여야의정에서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대다수는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뜻을 전했다. 이 때문에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에 대한 기존 입장(불참)도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휴학 승인은 당연하고, 학생들을 휴학으로 내몬 상황의 책임자는 대오각성하라”며 “앞으로의 보건의료정책은 젊은 의학도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뉴스1에 “(조건 없는 의대 휴학 승인)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협의체 불참은) 변함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도 “원칙적으로 휴학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로 처리되어야 하는 것인데,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변화가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교육부 발표 전과 마찬가지로)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는 입장(불참)이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도 “(정부에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요청이 있을 것 같지만 전의비는 아직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오는 31일 총회에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핵심당사자인 의대생, 전공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여태껏 휴학계를 막고 있던 것은 교육부였음을 학생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 변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후에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전날 의협 대의원회가 임현택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다음달 10일 투표에 부치기로 한 점도 의정 사태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차라리 의협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들이 결집해 정부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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