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하하호호… “숲의 마법 느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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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낮추는 예산 ‘치유의 숲’
명상-다도 등 산림치유 활동 마련… 참가자들, 단순 놀이에도 ‘웃음꽃’
피톤치드로 우울감-불안감 감소… 성인병 유발 물질 억제 효과도

25일 충남 예산 치유의 숲에서 열린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 하늘을 보고 체조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25일 충남 예산 치유의 숲에서 열린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 하늘을 보고 체조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몸통 전체가 들썩이게 웃어 본 게 어릴 때 빼고 처음인 것 같아요.”

25일 충남 예산 치유의 숲에서 만난 강민서 씨(21)는 손뼉을 치며 숲이 쩌렁쩌렁 울리게 웃었다. 강 씨는 참나무 아래서 친구와 편백나무 막대기를 들고 놀이를 한 뒤 “단순한 놀이인데, 아이처럼 입안 한가득 웃음이 터졌다. 아무래도 숲이 마법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숲 거닐며 동심으로 돌아가

이날 숲에는 강 씨를 포함한 인근 대학생 21명이 찾아왔다. 숲길을 걸으며 계곡 물소리 명상, 참나무 이파리를 활용한 사진 찍기, 솔방울 던지기 놀이 등을 했다. 명상을 끝낸 김동현 씨(26)는 “복학해서 학점 관리에만 집중했는데, 숲에서 놀다 보니 온전히 나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며 “덕분에 서먹서먹하게 지냈던 동기들과 금세 친해졌다”고 말했다.

예산 치유의 숲에는 산림치유지도사 등 6명이 근무한다. 이 숲에서 진행하는 힐링캠프 등 프로그램에는 하루 최대 80명까지 참여 가능하다. 숲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치유센터와 무장애 나무길, 전망대, 2km 길이 숲길도 있다. 바르게 걷는 법, 명상, 꽃차 다도 체험, 손수건 만들기 등 다양한 숲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총 7277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10월 기준 방문객 7560명을 기록했다. 예산군보건소와 충남정신건강복지센터, 지역대는 물론이고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 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숲의 기운을 나누고 있다.

● 스트레스 줄이고 활력 높이고

‘산림치유’는 향기, 경관 등을 활용해 인체 면역력과 건강을 높이는 활동을 말한다. 치유의 숲은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산림이다. 올 10월 기준 전국에 54개 치유의 숲(국립 12, 공립 40, 사립 2개)이 운영 중이다. 2013년 78만7000명이었던 탐방객은 지난해 254만300명으로 늘었다.

치유 효과는 각종 지표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림치유 이후 우울감과 불안감은 줄고 각종 성인병 유발 물질 생성이 억제되고 면역력이 늘었다. 이연희 산림과학원 박사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게 피톤치드인데, 인체에서 항염, 향균, 스트레스 조절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며 “음이온, 햇빛 등 다양한 자연 요소가 오감을 자극해 활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1976년 의료법에 보완대체요법에 관한 제도가 구축된 뒤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질환 등에 산림치유 자연요법을 쓰기도 한다. 치료, 요양이란 뜻인 쿠어(Kur)와 장소(Ort)가 합쳐진 쿠어오르트(Kurort)는 자연치유를 할 수 있는 요양지 개념으로 독일 내 350개가 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림치유로 국민들의 신체와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되겠다”며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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