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부담의무를 지는 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 그 미성년자의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김천지원은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를 상대로 한 인지청구 등 소송에서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는 연대해 과거 양육비 및 장래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성년자인 A씨는 같은 미성년자인 B씨와 교제를 하던 중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됐다.
A씨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느새 엄마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차마 갓 태어난 아이를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미성년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A씨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양육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해 B씨를 상대로 아이에 대한 인지청구 및 친권자·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소송을 검토했지만 B씨 또한 미성년자로 사실상 양육비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승소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집행의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공단은 A씨가 현실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B씨의 부모 책임을 이끌어 낼 방법을 고민했다.
검토 끝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의 ‘비양육친이 부양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그 비양육친의 부모가 양육친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찾게 됐다.
이 법조항을 근거로 공단은 B씨 및 B씨의 부모에 대해 미성년자인 B씨에 대해서는 아이의 성년직전까지, 그 부모에 대해서는 B씨가 성년이 되기 직전까지 기간 동안의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청구했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받아들여 B씨와 그 부모의 소득자료 등을 토대로 “B씨와 그 부모의 연대책임을 그대로 인정하고 과거양육비, 장래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성계선 변호사는 “미성년 부모의 부모가 과거 및 장래양육비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게 돼 미성년 부모를 상대로 한 자녀의 양육비청구에 대한 실효적 수단이 됐다”며 “한참 자라고 배워야 할 나이에 부모가 된다는 것이 마음 아픈 현실이지만, 미성년 미혼부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경우라면 그 전제조건으로 양육비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점에서 향후 유사 판례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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