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6년제인 의과대학 교육 과정을 ‘5.5년제’ 등으로 단축이 가능하다고 언급하자 의료계에선 “현행 6년 교육 과정도 빡빡하다”며 의료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의대 1학년의 교육과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5년이나 5.5년제 등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의 조건없는 휴학을 승인하기로 하면서 내년 의대교육 파행 우려가 나오자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의료계에선 내년에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한 의대생(예과 1학년)들이 복귀하면 신입생까지 포함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500명 가량이 수업을 받게 돼 의학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 교육과정 단축을 시사하자 의료계 내부에선 의사 배출에만 초점을 맞추면 실력있는 의사 양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현재 6년의 교육 과정도 빡빡한 실정”이라면서 “의사만 배출시키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치대, 한의대, 수의대 모두 교육과정이 6년이고, 약대도 6년제”라면서 “의대는 배울 것이 가장 많은데 의료계와 논의 없는 교육과정 단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대 교육은 복잡한 인체 구조와 방대한 의학 지식을 습득해야 해 다양하고 밀도 있게 이뤄진다. 사전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대 교육과정이 6년”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할 경우 의사가 되려면 학부 4년, 의전원 본과 4년을 거쳐야 해 총 8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의료 교육이 의전원 시스템이여서 보통 의학계열 관련 일반학사 4년과 의전원 4년으로 총 8년이 소요된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들도 의대 교육과정 단축으로는 의학 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시나 정부의 계획은 이토록 어설프다”면서 “5년이었다가 이제는 5.5년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상적인 교육을 하려면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신입생)모집을 정지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대통령의 고집으로 25년도 입시를 강행한다면 26년도 모집 정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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