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본보 인터뷰서 밝혀
“대화 2000장인지 몇천개인지 몰라
尹에 당선되면 총선까지만 하고, 개헌 한 다음 내려오시라 조언
金여사의 靑 같이가자는 제안 거절
尹취임후 공직기강비서실 사람이 대통령 팔아도 이권 개입 말라더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적(公的) 대화가 담긴 휴대전화 4대를 부친 묘소에 묻어놨다”고 밝혔다. 특히 명 씨는 대선 캠프가 꾸려지던 2021년 7월경 윤 대통령에게 “당선되면 총선(2024년)까지만 임기를 채우고 개헌한 다음 내려오시라”고 조언했고, 비슷한 시기 김 여사로부터 “‘청와대에 같이 들어가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명 씨와의 일문일답.
―대통령과의 대화는 어디에 보관 중인가.
“검찰이 (땅을) 파지 못하는, 아버지 묘소에 4대를 묻어뒀다. 검찰이 저번에(9월 30일 압수수색) 가져간 것(휴대전화 등 6대)은 우리 애들 것이다. 누구 건지 모르니까 다 들고 간 것 같다.”
―감춘 휴대전화에 ‘대화 2000장’도 저장돼 있나.
“다 있겠지. 2000장인지 몇천 개인지 모른다. 대통령에게 ‘체리 따봉’을 받은 대화도 너무 많다. 내가 이 휴대전화(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에 이것저것(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옮겨놓은 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란 걸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것이다.”
명 씨는 10월 22일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한 뒤 언론에 “그런 정도는 2000장 쯤 되며 최고 중요한 것(대화)만 골라도 200개는 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명 씨는 현재 기존에 자신을 대리하던 정준길 변호사가 사임한 후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명 씨는 “내 변호사는 (땅에 묻어둔) 휴대전화”라고 말했다.
● “임기 2년만 채우고 개헌 후 내려오시라 했다”
―대선 캠프 때 대통령에게 건넨 조언은?
“취임하면 2024년 총선에 개헌하면서 그때 딱 물러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양쪽으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끝날 것이라고 얘기했다. (윤 대통령이) 난리가 났다. 3일 동안 대통령한테 들들 볶였다. 대통령이 ‘내가 2년짜리 해야 되겠느냐’고 했다.”
―왜 그런 조언을?
“5년을 버틸 수 있는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너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지 않나. 지금은 대통령께서 가장 중요한 게 퇴임 후 안전하게 있을지 여부 아닌가? 벌써 레임덕도 왔잖느냐. 한편으로 보수는 젖은 연탄이다. 도저히 불을 붙일 수 없다. 대통령 스스로가 그래서 번개탄 역할을 해야 하고, 그래서 (나도) 2년 만에 개헌하라고 얘기한 것이다. ”
―김 여사로부터 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했다.
“2021년 7월 여사가 ‘선생님이 다 판 짰는데 청와대에 같이 가셔야 안 되겠습니까?’ 라고 했다. 나는 ‘저 안 잡혀갈래요’라고 했다.”
―캠프 인사는 관여한 적 없나?
“대선 유세단장으로 윤상현이 내정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대통령 부부에게 ‘그 형님은 안된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사위인데 광주를 어떻게 할 거냐. 유세를 전라도 가서는 안 할 거냐’라고 했다. 근데 그거를 (대통령 부부가) 모르고 있다가 ‘어? 그렇네요?’ 그러더라. 개념이 없던 거다. 이동훈(전 캠프 대변인)은 목소리가 너무 거칠었다. 사람도 와일드했다. 대통령께서 덩치도 크고 검찰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있잖나. 그래서 ‘대통령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부드러운 사람이 좋겠다’고 말한 적 있다.”
당시 유세본부장에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임명됐고, 캠프의 첫 영입인사였던 이 전 대변인은 임명 열흘 만에 사퇴했다. 윤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애초 대통령이 ‘너는 재판이 있기 때문에 직책을 안 맡는 게 좋겠다’고 말해와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도 “경험 있고 역량 있는 사람을 찾다가 자리가 (내게) 온 것으로 안다”며 “명태균이란 사람을 아예 모른다“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에서 찾아오진 않았나?
“2022년 10월~11월쯤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사람이 찾아와서 ‘대선에 공을 세우셨으니 대통령 여사 마음대로 팔고 다니셔도 된다. 한데 이권 사업에 개입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건 하지 마세요’라더라.
―경고였나.
“영부인 (나를) 선생이라고 부르는데 누가 경고를 준 단 말인가.”
당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이시원 전 비서관은 통화에서 “진위를 불문하고 확인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과 명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는 31일 명 씨 자택을 재차 압수수색했다.
● 明, ‘김 여사 꿈 해몽’도 주장…“국가와 국민에 떠나보내는 꿈”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역술적으로 읽힐 수 있는 조언도 여러차례 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2021년 9, 10월경 명 씨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젊은 여자와 떠나는 꿈을 꿨다”는 취지로 말하자 명 씨가 “감축드린다. 윤석열을 국가와 국민에게 5년 동안 떠나보내는 꿈이다. 당선되는 꿈”이라고 답했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김 여사에게 한 조언은 또 뭐가 있는지…
“2021년 9월 10월쯤 어느 날 여사가 대통령이 젊은 여자하고 어딜 떠나는 꿈을 꿨다고 심각해했다. ‘왜 그런 꿈을 꿨지’ 하면서 어디에 막 전화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감축드리옵니다’ 그랬지. 여사가 ‘왜요 선생님?’ 이라길래 나는 ‘남편 분을 국가, 국민한테 5년 동안 떠나보내는 꿈입니다. 당선되는 꿈입니다’라고 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내가 되고 내가 일이 돼야 한다. 물아일체가 돼야한다. 우리가 사실 태몽도 보고 하잖나.”
―비슷한 일이 또 있었나.
“우리 막내 애가 18개월 동안 걷지를 못했다. 그래서 여사를 만났을때 내가 ‘여사님 우리 황금이가 걷는 날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 되는 겁니다’ 했었다. 그랬더니 당내 경선을 얼마 안 남겨놓고 애가 걷더라. 전화기가 마침 있길래 사진 찍어 여사에게 보내줬더니, 여사가 울었다. 이후로 여사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 와서 ‘황금이 잘 걷고 있어요?’라고 묻는다. 여사와 막내가 영상통화도 안 했겠나.”
명 씨는 본보 취재팀에 윤 대통령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에서 윤 대통령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 중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명 씨는 “대권 도전 선언 후 두 달 정도 지난 무렵(2021년 8월) 대통령의 부탁으로 내가 찍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명 씨는 “후보 시절 자택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明, “야권이 회유” 주장도
명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야권의 회유 시도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사회혁신추진단장 등을 지낸 이용선 의원이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로 명 씨를 여러 차례 불러 “유럽에 보내드릴 테니 국민의힘 돕지말고 대선 끝나면 들어오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또 한 언론인이 “변호사비를 다 대주겠다”고 연락해왔다고도 밝혔다.
―야권의 회유는 어떻게 받았나?
“대선 전 여러차례에 걸쳐 민주당 이용선 의원을 만났다. 이용선 의원이 ‘유럽에 보내드릴 테니까 가시고 대선 끝나면 들어오세요’ 라더라. 이용선 의원을 모셨던 분이 나랑 아는 분인데, 여의도에 위치한 건물(오피스텔)로 나를 데려가더라. 그래서 여러 번 만났다. 요즘은 안 그러겠나? 한 기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 그 기자가 ‘변호사비를 다 대주겠다’고도 했다.”
―접촉해온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준석이가 (2021년 6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서 내 영향력을 확인한 것 아니겠나. 지금 민주당도 내가 가진 카드가 뭔지 궁금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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