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환자 무려 183배 폭증…역대급 유행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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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1월 1일 09시 37분


작년 9명이던 43주차 환자 올핸 1651명…10~19세 청소년 70%
전세계 유행 중이지만 검사 늘어난 영향도…학교 방침도 한몫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5.9/뉴스1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5.9/뉴스1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의미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심한 기침 증상을 보이는 ‘백일해’가 사상 초유의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무려 1651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3배에 이르는 수치다. 방역당국은 당분간 역대급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도별 백일해 환자 발생 건수. (질병청 제공)
연도별 백일해 환자 발생 건수. (질병청 제공)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3주(10월 20~26일) 백일해 발생 환자 수는 16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1558명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로, 백일해는 7월 중순인 29주 337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말부터 다시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유행 흐름만 살펴보면 환자 수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체감이 안 되지만 예년과 비교해보면 올해 역대급 유행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43주 백일해 환자 수는 9명으로 올해 환자가 183배 폭증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가장 큰 유행을 보였던 2018년 43주(21명)와 비교해봐도 78배 높은 수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백일해는 특히 청소년층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3주의 경우 10~19세가 1096명으로 전체(1651명)의 약 66.3%를 차지했고 0~9세 22.2%(368명), 40~49세 2.8%(47명)로 뒤를 이었다.

백일해는 현재 A형간염, 결핵, 수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함께 법정 감염병 2급으로 분류돼 있다.

백일해에 감염되면 초기엔 콧물, 결막염, 눈물, 경미한 기침, 발열 등의 가벼운 상기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다가 기침이 점차 심해지고 중기에 접어들면 무호흡, 청색증, 비출혈, 경막하 출혈, 하안검 부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1주~2주 정도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필수 예방접종으로 백일해 백신을 12세까지 6번을 접종하고 있어 중증도와 치명률이 낮다. 다만 1세 미만 영아의 경우 사망률이 높아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다만 질병청에 따르면 백일해가 최근 역대급 유행 양상을 보이는 건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백일해는 3~5년 주기로 유행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잠잠하다가 올 들어 환자가 폭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일해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적은 호주에서는 현재 우리나라보다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영국도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유행 주기로 따지면 지난 2020년에 유행을 하고 지나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한꺼번에 크게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민이 PCR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2023.8.1/뉴스1
한 시민이 PCR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2023.8.1/뉴스1
하지만 실제로 환자가 늘어난 것 외에도 환자 수가 더 많아진 것처럼 보이게 된 요인들도 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PCR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증상을 보이는 데다 실손보험 처리가 되다 보니 바로 검사를 하면서 검출되는 수도 늘어나게 됐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 ‘학교 감염병 예방 대응 매뉴얼’을 통해 감염병 관리를 강화하다 보니 증상이 조금만 있어도 등교를 하지 않고 검사를 해서 유독 청소년들 환자가 많이 잡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폭증하면서 진단도 늘어난 것이지만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다”면서 “과거엔 증상이 심한 사람들만 검사를 주로 했는데 지금은 대체로 증상이 경미할 때 빨리 진단돼 치료를 받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백일해가 아니지만 검사상 백일해균 감염으로 검출되는 ‘가짜 백일해’가 40~60%라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과거에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해왔고, 전 세계 표준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올해 환자 수 증가에 변수 요인으로 작용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PCR 검사를 통해 ‘IS481’이라는 유전자를 찾아내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문제는 백일해균이 아닌 근연종에도 같은 유전자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또 홈자이균도 PCR검사를 하면 백일해로 진단된다.

이에 이 관계자는 “이건 어쩔 수 없다”며 “추가로 분석하면 구분이 되지만 추가 분석하는 건 민감도가 떨어져서 장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홈자이균 같은 경우 백일해와 같은 항생제로 치료를 하기 때문에 신고 기준을 바꾸지 않고 넓게 신고를 받아 관리를 하는 게 더 합당하겠다고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환자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다 보면 위험한 연령층인 영아에게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더 확산하지 않도록 증상이 있다면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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