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귀금속거리~종각 일대 금은방 한산
고가 물품에 “강절도 위험만 커졌다”…걱정 ‘이중고’
“도난 사고보다 밥줄 끊길까 봐 더 걱정돼요”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지난 31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의 한 도매 상가. 이곳에서 3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 중인 60대 여성 A 씨는 물건들을 하나씩 진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손님이 없으니까 힘들다”며 “우리는 팔아야 먹고사는데 손님이 통 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주들도 울상이다. 돌 반지 1돈에 50만 원을 훌쩍 넘기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금값 상승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에 금을 팔고자 하는 손님 발길조차 뜸해졌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매장 임대’ 안내문 곳곳에…몇 년째 빈 점포
‘뉴스1’이 이날 오전 종로 귀금속 거리부터 종각 보신각 일대 귀금속 상점을 둘러본 결과 폐업했거나 임시 휴업한 점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러 점포가 한데 모여있는 도매 상가 내 3곳 중 1곳 정도가 문을 닫았다. 금빛 장신구들을 대신해 ‘매장 임대’ ‘임대 문의’ 안내문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최고가 금 매입’ 스티커가 붙어있는 점포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른 아침부터 귀금속 거리를 취재하는 기자를 손님으로 착각한 업주들은 반가운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들어오라’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취재하러 왔다고 들어가면 이내 고개를 떨구거나 ‘나가라’고 손짓하기 일쑤였다.
귀금속 골목 일대에서 30년간 금 시공 및 판매 일을 하고 있다는 40대 남성 B 씨는 “다들 기분 좋을 일이 없으니까요”라며 위로해 줬다. B 씨는 “금값이 오르니까 소비자들 접근이 어렵다”며 “경기 침체로 의식주마저 위협되는 상황에서 사치품인 귀금속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종각 일대 한 귀금속도매상가에는 5개 점포 가운데 두 군데가 비어 있었다.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C 씨는 진열대 위에 두꺼운 검은색 보자기가 덮여 있는 빈 점포들을 가리키며 “코로나19 이후로 다 나갔다”며 “비어 있는 지 몇 년 됐다”고 말했다. C 씨는 금 사러 온 손님은커녕 파는 손님조차 없다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금값 고공행진에 강절도 표적…CCTV·비상벨 ‘의지’
금값이 오르면서 금은방을 노린 강절도 사건이 이어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금은방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물건을 취급하지만 방범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
실제로 최근 경기 남양주시에서 한 손님이 3500만 원 상당 순금 팔찌를 살펴보는 척하다 들고 도망갔다가 시민들 추격 끝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업주들은 기본적으로 점포 크기에 비례해 여러 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보안업체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비상벨을 보유하고 있다. 한 골목 점포는 3평 남짓한 크기에 CCTV 4대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사전에 계획된 범행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업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마음먹고 들이대면 당할 수밖에 없다”며 “늘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많은 대로변보다는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동네 점포 같은 곳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C 씨도 뉴스를 통해 금은방 사건을 보고 걱정이 된다면서도 CCTV·비상벨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할 경찰 관계자는 “종로3가부터 동대문까지 금은방 라인에 가끔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바로 범인을 검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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