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논란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비자금을 재산 분할 근거로 삼은 것은 위헌이라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1일 “노태우 일가가 그동안 진실을 감춰 오다 이제 와 비자금을 되찾으려 하고 이를 인정해준 최근 재판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의 숨겨둔 범죄 수익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맥락에서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관장이 개인 재산이라 주장하는 것은 노태우 비자금으로, 이는 (헌법이 규정한) ‘공공복리’에 부적합한 재산”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한 대로 개인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불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올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불거졌다. 당시 재판부는 SK㈜ 주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 재산으로 보고 재산 분할액을 1조3808억 원으로 늘렸는데,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이른바 ‘선경 300억 원’ 메모를 결정적 증거로 삼았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면서도 “사전 심사 단계에서 청구서를 수정하거나 자료 보충 등의 과정이 이뤄지면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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