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범인이 30대 현역 육군 장교인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긴급체포된 용의자 A 씨(38)는 경찰에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한 뒤 북한강에 버렸다”고 자백했다. A 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부대에 근무 중인 육군 중령(진급예정자)이고, 피해자 B 씨(33)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과거 경기 과천시의 한 부대에서 같이 근무한 사이다. A 씨는 지난달 28일 현 부대로 발령났고, B 씨는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두 사람이 함께 근무했던 과천 부대 주차장에서 B 씨를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차 안에서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약 6시간 뒤인 오후 9시경 인근 건물 철거 공사장에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뒤 다음 날 오후 9시 40분경 화천 북한강에서 시신과 범행 도구를 유기했다. A 씨는 시신이 강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 봉지에 돌을 넣기도 했다. A 씨는 10여 년 전 화천의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이 지역 지리를 알고 있었다. A 씨는 범행 뒤 B 씨의 휴대전화로 부대 측에 ‘출근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대신 보내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건은 1주일 뒤인 2일 오후 2시 45분경 화천읍 화천체육관 인근 북한강에서 B 씨의 시신 일부가 떠오르면서 드러났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문 감식, DNA 감정을 통해 B 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B 씨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가족에 의해 실종 신고된 상태였다.
경찰은 B 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가족 진술 등을 종합해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고, 3일 오후 7시 12분경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4일 오전 11시 36분경 북한강에서 시신 전부를 발견해 인양했다. 시신 훼손에 사용된 흉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지만 최근 갈등이 있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은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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