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0일→20일…3회까지 분할 사용가능
尹 “필요한 시기에 충분히 육아에 시간 쓰도록”
실효성은 ‘의문’…급여지원실적 꾸준히 감소세
예산정책처 “기업 내 분위기·문화 개선 등 필요”
정부가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 2월부터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2배’ 늘린다. 하지만 제도 확대를 앞두고 현장의 활용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독하며 “필요한 시기에 충분히 육아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배우자 출산휴가를 20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저출생 추세를 반등시키기 위한 범부처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지난 9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기간을 기존의 2배로 늘리는 것 외에도 최대 3회까지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달 16일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이를 언급하며 “출산 전에도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제도 확대 추진을 시사했다.
문제는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실효성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환경노동위원회’ 보고서에서 “법정 사용기간 확대만으로는 효과성을 제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중소기업에서 남성의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위한 문화를 개선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2007년 신설된 제도로, 2019년 10일로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일 중 5일 간의 급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년 2월부터는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이 20일로 늘어나며 급여도 20일 지원된다. 급여 상한액은 40만1910원이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242억13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원 실적을 보면 2020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87억2000만원 ▲2021년 182억7000만원 ▲2022년 161억6800만원 ▲2023년 157억9700만원이다.
예정처는 “급여 지원 감소의 주된 원인은 출생아 수 감소로 파악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도입 이후 활용도가 제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출생아 수 대비 지급인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2020년 6.9%였다 이듬해 7.0%로 소폭 증가했지만, 2022년 또다시 6.5%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6.9%였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가 중소기업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지급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모성보호제도 사용에 따른 업무공백 부담이 크고 인력대체가 어려운 사정 등의 이유로 대기업에 비해 활용도가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고용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인지도는 사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높아졌고, 사용 여부 역시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예정처는 “현행 5일 휴가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해 급여 지원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법정기간 확대는 제도 사용이 어려운 근로자에게는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간을 2배로 확대하고 급여 지급기간은 4배로 확대하면서도 지원인원이 10%만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것은 정부의 제도 활성화와 인식개선 노력 등에 비해 목표치를 낮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고용부는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에서 남성의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위한 기업 내 분위기 및 문화를 개선하는 등 배우자 출산휴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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