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역 수도사업 통합 추진
군 지역, 인구 적고 수도관로 길어… 생산 원가 높고 곳곳서 누수 문제
수도 요금 특별-광역시보다 비싸… 여러 지자체 수도 사업 통합 운영
경남 서부권 年 6억4000만원 절감… 충남 보령-서천-예산 등도 준비중
2022년 기준으로 전국 특별·광역시의 수도 요금은 ㎥당 평균 672.9원이었다. 반면 군 단위 지역 평균 요금은 966.2원이다. 비교하자면 서울시민이 군 지역 주민에 비해 30%가량 싼값에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소규모 지자체의 경우 인구가 적은 반면 수도관로 길이는 길어 수돗물의 생산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특별·광역시의 생산원가는 ㎥당 평균 817.8원인데 군 지역은 2331.2원에 달해 3배가량 차이가 난다.
환경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역 간 수도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물 공급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사업 통합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둘 이상의 지자체가 수도사업을 통합하면 지자체별 수도 요금 격차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수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물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수도 요금 등 지역별 격차 갈수록 악화
정부가 수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수도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수도사업은 지자체 고유 사무로 개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소규모 지자체의 경우 인구가 적은 반면 수도관로가 길어 자립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원가 대비 수도 요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요금 현실화율은 전국 평균 72.8%이지만 군 지역은 41.4%에 불과하다. 새는 물도 많다. 정수장에서 공급한 수돗물이 가정 등에 도달하는 유수율을 보면 특별·광역시가 93.5%인 반면 군 지역은 73.5%에 그친다.
새는 물을 줄이려면 시설을 개선해야 하지만 재정이 넉넉지 않은 지자체들은 추가 투자는커녕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높은 수도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깨끗하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계속될지 걱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충남 서부권에선 2015년 가을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 인근 8개 지자체 주민들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132일 동안 제한급수 조치를 겪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수도사업을 하는 지자체 160곳 중 급수인구 30만 명 이하인 지자체가 77.5%(124곳)에 달한다. 10만 명 이하도 54.4%(87곳)로 절반 이상이다. 정부는 앞으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소규모 지자체의 여건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복수의 지자체가 수도사업 운영 및 관리를 함께 하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도지사 책임하에 도 직영으로 운영하거나, 복수의 지자체가 설립한 하나의 상수도조합 또는 지역공기업이 수도사업을 통합 운영하는 등의 방식이다. 한국수자원공사나 한국환경공단 등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법도 있다.
● 통합 성공 사례도 쌓여
이미 통합을 통해 성과를 낸 곳도 여럿 있다. 2010년 경남 거제·사천·통영시와 고성군 등 경남 서부권 기초지자체 4곳은 수도사업을 통합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 운영 중인데 연간 6억4000만 원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41%였던 유수율도 81%까지 올랐다. 2020년부터는 가정용 수도 요금을 ㎥당 745원으로 단일화하며 지역 격차도 해소했다.
강원 태백시와 영월·정선·평창군의 수도사업은 2012년부터 한국환경공단이 ‘강원 남부권’으로 통합해 위탁 운영 중이다. 이들 지자체는 중복 사업을 줄여 유수율을 41%에서 66%까지 끌어올렸다. 사업 인력도 36명을 줄여 생산비 절감을 통한 지자체 재정 손실 감축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 보령·서산시와 서천·예산·청양·태안·홍성군 등이 수도사업 통합을 준비 중이다. 이들 지자체 7곳과 환경부, 행정안전부, 충남도는 2022년 11월 충남 서부권 지방상수도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까지 타당성 조사 등을 마칠 예정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수도사업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도 그동안 수도사업 경영 주체가 기초지자체 중심이었는데 이 때문에 2022년 기준으로 일본의 수도사업자는 1만1996곳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시설 노후화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2018년 수도사업 통합을 위해 수도법을 개정했다. 이후 후생노동성과 총무성을 중심으로 수도사업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원활한 수도사업 통합을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지자체별로 분산된 수도사업을 합치려면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밖에 없었다. 경남 서부권과 강원 남부권이 각각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에 사업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수도법 개정안이 공포되며 운영 주체뿐 아니라 시설, 요금 등 다양한 방식의 수도사업 통합이 가능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령 정비를 통해 통합 기반을 구축한 만큼 국내 수도사업 규모를 키워 전국에 지속가능한 수도사업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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