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이유로 그동안 징수 예외
외국인 근로자 등 고소득자 늘고
투잡 직장인 증가 등에 부과 검토
“건보 손실, 일용직에 전가” 지적도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5000만 원 이상을 버는 일용직 근로자 수는 2021년 21만4000여 명에서 2023년 33만8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고소득 일용직 근로자가 늘자 정부가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에 건강보험료를 책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용직 근로자는 법적으로 건보료 징수 대상이지만 정부는 ‘취약계층의 소득’이라는 이유를 들며 관행적으로 예외를 인정해 왔다.
● 건강보험 재정 추가 확보 위해 검토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추가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일용근로소득을 납부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이 모두 건보료 부과 대상이다. 근로소득에 일용근로소득이 포함되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도 건보료를 징수할 수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최저 수준인 월 1만9780원(올해 기준)의 건보료만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일용직 근로자는 특정 고용주에게 3개월 미만의 근로(건설일용직은 1년 미만)를 제공하면서 하루 단위 또는 시간 단위로 급여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곧 취약계층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유연한 근로를 특징으로 하는 ‘기그(Gig) 이코노미’가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일용근로소득이 연간 10조 원 가까이 되면서 ‘건보료 부과 면제’가 정당한지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적 외국인 가입자의 경우 걷은 보험료는 8103억 원인 반면 급여비는 8743억 원으로 64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일용근로소득에 대한 건보료 미부과가 탈세 용도로 악용되기도 한다. 건보공단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건설 사업장에서 일용근로소득으로 5억5695만 원을 신고한 한 외국 국적자는 건보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최저보험료인 월 1만9500원만 냈다. 만약 일용근로소득 전체에 보험료를 매겼다면 월 164만 원 이상을 더 내야 했다. 이처럼 과도한 일용근로소득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는 사업장에서 세금 등을 줄이기 위해 일용직 근로자에게 돈을 더 많이 준 것처럼 허위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투잡’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도 일용근로소득 부분에 대해선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데 이를 두고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건보료 부담 완화 추세 어긋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용근로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매겨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일용직 근로자를 저소득층으로 인식해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 조치는 최저보험료 기준 등으로 따로 마련할 수 있다”며 “일용근로소득에도 원칙적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2년 동안 건보료율을 올리지 않고 지역가입자 차량에 매기던 건보료를 폐지하는 등 부담을 완화하는 기조를 유지해 온 것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의 1인당 일용근로소득은 2021년 865만 원, 2022년 938만 원, 2023년 984만 원으로 늘긴 했지만 여전히 월 100만 원 미만이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건보 부담을 늘리든 줄이든 형평성 있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일용직 근로자에게 건보료를 내도록 하겠다는 건 의료공백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정부 정책으로 발생한 건보 손실을 저소득층이 많은 일용직 근로자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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