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임용될 사람 신뢰성 등 조사… 국정원-국방부-경찰이 가진 권한
경호처에 허용 규정안 입법예고
“견제 무너져 인맥-학연 인사 늘고… 본연의 임무 벗어난 행위 등 우려”
경호처 “내부 직원 대상으로만 조사”
대통령경호처가 신원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 경찰, 국방부만 할 수 있었다. 신원조사 범위에는 기본 인적사항 외에 대상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 주변 지인 및 인간관계, 정당이나 시민단체 가입 여부 등 내밀한 사생활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주로 대통령의 측근이 수장을 맡아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경호처가 신원조사까지 가능하게 되면 권한이 비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경호처에 신원조사 권한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지난달 말 ‘보안업무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지금까지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에게만 부여됐던 신원조사 권한을 경호처장에게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원조사를 할 수 있는 주체에 경호처를 새로 넣은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필요 없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신원조사란, 기밀을 취급하는 공무원이나 기관의 직원으로 임용될 사람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신뢰성 등을 조사하는 제도다. 가까운 인물, 평소 인품 및 소행, 정당 및 사회단체 가입 여부나 연관성, 국가기밀 누설 및 범죄 이력 등을 세세하게 조사한다. 기관이 직접 조사 대상의 주변인과 접촉해 평소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통상 3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대해선 국정원이, 경호처 직원 등 4급 이하 공무원은 경찰이 신원조사를 담당한다. 군인 인사는 국방부가 한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경호처가 자기 직원들을 직접 신원조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대통령 밀착 경호를 수행하는 특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철저한 신원 확인이 필수이며 고도의 보안 유지도 필요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처 내부 직원에 대해서만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정보 수집 방법이 정해진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정보기관 아닌데… 남용 우려”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하는 경호처가 신원조사까지 하게 되면 권한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에 있어서 타 기관이 견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임 김용현 경호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였고, 현재는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 경호 작전 과정에서 경호처가 군과 경찰을 지휘할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는 경찰이 신원조사를 하기 때문에 경호처 인사에 대해 암암리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만, 경호처가 자체 조사를 하게 될 경우 인맥이나 학연 지연 등에 따른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원조사에 별문제가 없는데 경호처가 굳이 권한을 가지려는 이유가 의문’ ‘외부 견제장치를 유지해야 한다’ 등 경찰 내부 반응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보안업무규정에는 기관이 수집한 신상정보 자료를 언제, 어떻게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 경호처가 수집한 개인정보들이 얼마나 오래 보관될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경찰, 국정원, 국방부만으로도 공직자 검증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기관도 아닌 경호처가 개인정보를 뒤지기 시작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은 내부 전산망에 형사처벌 입건 기록이 있고 법무부는 전과 조회가 가능한데 자체 데이터와 전문성이 없는 경호처가 이런 역할을 왜 맡는지 의문”이라며 “경호처가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등의 남용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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