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음악분수 앞. 하늘 높이 날던 드론이 “우웅” 프로펠러 굉음을 내며 지상 쪽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지상 30m 위 상공에 멈춘 드론은 바닥 쪽으로 긴 와이어를 늘어뜨렸고, 와이어 끝에는 포장 상자를 담은 비닐봉지가 매달려 있었다. 드론 업체 직원은 상자 속에 담긴 핫도그를 꺼내 기자에게 건넸다. 기자는 이곳에 설치된 배너의 안내에 따라 음식을 주문했고, 드론이 800m 떨어진 푸드코트에서 조리된 음식을 배송해 왔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지난달 22∼26일 부산시민공원에서 ‘드론을 활용한 푸드코트 음식물 배송 실증사업’을 시행했다. 공원이나 해수욕장 등 야외 유원지에서 음식물 드론 배송사업을 도입하기 전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드론이 음식물을 나르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신기해했다. 부산진구 연지동 주민 김모 씨(42)는 “반경 500m 거리의 부전시장에서 드론으로 물품을 이곳까지 배송하면 좋을 것 같다”며 “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를 공원에서 즐길 수 있고 상인들의 매출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6일 테크노파크에 따르면 드론 실증이 이뤄진 닷새 동안 하루 평균 8회의 드론 배송이 이뤄졌다. “여기는 음악분수 배송점입니다”라고 적힌 배너의 드론 배송 이용법에 따라 QR코드를 스캔해 주문 사이트에 접속하고, 떡볶이와 햄버거 등의 음식 중 원하는 것을 골라 결제하니 따뜻하게 조리된 음식이 약 20분 뒤 도착했다.
드론 대부분이 무사하게 목적지까지 음식물을 전달했지만, 거센 바람에 와이어에 묶인 음식물이 쏟아지는 상황도 한 번 발생했다고 한다. 또 통신 장애로 드론이 음식물을 목적지에 배달하지 못하고 출발 지점으로 자동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조기환 부산테크노파크 미래항공산업기술센터장은 “음식을 넣은 상자 무게가 가벼워 드론이 이동 중 바람에 크게 흔들려 생수병을 넣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통신장애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음식물을 배송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노파크와 부산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남해안권 무인 이동체 모니터링 및 실증기반 구축 사업’에 선정돼 이 같은 드론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부산과 경남, 전남 등에 초광역 드론 기반 시설을 구축해 드론의 신규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사업은 지난해 시작됐으며 2025년까지 이어진다.
테크노파크는 드론을 이용한 야외 음식물 배송을 어느 지역에서 언제부터 시작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하지 않은 단계라고 했다. 드론 기체 추락 등에 따른 안전사고의 우려와 소음 민원이 적은 곳을 대표적인 장소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부산시민공원이나 해운대해수욕장 등보다는 사람이 적은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캠핑장 등 낙동강 둔치 공원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드론을 이용한 음식물 배송 사업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드론 거점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여러 대의 드론이 안전하게 음식물을 배송하는지 등을 관제하는 센터의 구축은 필수”라며 “여기에는 간단한 음식물을 조리하는 곳과 식자재 창고 등의 공간도 함께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테크노파크는 2021년부터 드론 배송 사업을 하는 ‘해양드론기술’과 드론 배송 실증을 진행했다. 한국해양대의 기술지주인 이 업체는 부산 영도구에서 부산항 묘박지에 정박한 선박으로 선원이 요구하는 피자 등의 음식과 유심칩 같은 생필품을 드론으로 배달하고 있다. 1회 배송료는 거리에 상관없이 1만 원을 받고 있다. 올해 이 업체는 160건이 넘는 드론 배송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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