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면 국어 실력 쑥쑥… 그림-편지 형식으로 작성해도 좋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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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우이초 교사가 말하는 초등생 자녀 일기 쓰기 지도법
일주일 1∼2회 자유롭게 작성하되… 노트에 손으로 직접 쓰는 걸 추천
감정을 색깔-물건에 빗대어 쓰면… 어휘력-표현력 키우는 데 큰 도움
학년 올라가면 양 점차 늘리고, 맞춤법-틀린 문장 교정해줘야

이서윤 서울 우이초 교사는 초등학생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가정에서 자녀를 지도할 경우 처음에는 일기 쓰는 양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맞춤법이나 틀린 문장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서윤 서울 우이초 교사는 초등학생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가정에서 자녀를 지도할 경우 처음에는 일기 쓰는 양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맞춤법이나 틀린 문장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해력과 글쓰기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보니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연필을 잡고 한 문장 쓰기조차 어려운 아이들이 적지 않다. 15년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EBS 강사로 최근 ‘이서윤 쌤의 초등 글쓰기 처방전―일기 쓰기’를 출간한 이서윤 서울 우이초 교사는 “일기 쓰기가 초등학생의 국어 실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사에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어떻게 일기 쓰기를 지도하는 게 좋을지 물었다.

―요즘은 학교에서 일기 쓰기를 잘 안 시킨다.

“국어 교육 과정상으로는 1학년 2학기에 ‘그림일기’가 나온다. 2학년 1학기에는 ‘겪은 일을 나타내요’에서 글로 쓰는 일기를 배운다. 그 밖에는 담임교사의 교육 철학에 따라 일기 쓰기를 시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학부모 중에서도 일기 쓰기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고 더 많이 시켜주길 바라기도 한다. 저는 학기 초 학부모 총회에서 주 1회 일기 쓰기 동의를 얻고 지도한다.”

―일기는 최소 몇 번 쓰는 게 좋은가.

“물론 자주 쓰면 도움이 되겠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바쁘다. 주 2회 쓰는 걸 추천하지만 최소 주 1회라도 쓰면 좋겠다. 하루 대부분을 보낸 저녁에 일기를 쓰면 글감이 많아 좋다. 너무 늦은 시간에는 졸리거나 짜증을 낼 수 있으니 적당한 저녁 시간이 낫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언제 일기를 쓸지 정하길 권한다.”

―일기 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하루를 기록한 일기를 통해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나중에 소중한 추억을 다시 느끼게도 해준다. 또 일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글 쓰는 연습을 통해 생각을 구체화해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일기를 통해 학교에서 배운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등도 연습할 수 있다.”

―일기에 뭘 쓸지 모르겠다는 아이도 많다.

“일기 글감을 찾을 때 ‘타임머신’ ‘카메라’ ‘외계인’ 기법을 추천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 보거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한 장의 사진으로 찍는다고 상상하면 글감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일상이 똑같아 일기에 쓸 게 없다면 외계인이 돼 지구에 처음 왔다고 생각해 보도록 권한다. 그러면 텔레비전, 꽃, 나무 등 일상적인 것도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일기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

“참 재미있었다 같은 상투적인 표현 대신 감정을 색깔이나 물건에 빗대어 표현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오늘 내 기분은 노란색이다. 기분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내 기분은 한약이다. 쓴 한약처럼 별로였기 때문이다’ 등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느낀 점을 매번 똑같이 쓰는 학생에게는 ‘억울했다’ ‘속상했다’ ‘외로웠다’ ‘행복했다’ 등 다양한 감정 단어를 알려주고 골라 써보게 한다.”

―일기를 더 재미있게 쓰는 방법이 있나.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면 거부감을 줄이고 즐겁게 일기를 쓸 수 있다. 그림일기는 꼭 1학년만 쓰는 게 아니다. 만화를 그린 뒤 일기를 작성하거나, 누군가에게 편지 쓰듯 일기를 쓸 수 있다. 물건을 의인화해 그 물건의 입장에서 하루를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 종일 TV만 봤다면 ‘TV가 본 하루’를 일기 형식으로 써 보는 것이다. 기자가 돼 자신의 하루를 취재한 것처럼 일기를 작성할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처럼 간단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뒤 해시태그(#)를 붙여도 된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상상해 보는 미래 일기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일기 제목은 어떻게 다는 게 좋나.

“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제목으로 정하면 된다. 단어, 어구, 짧은 문장 등으로 쓸 수 있다. 치킨을 시켜 먹은 내용을 일기로 쓴다면 ‘치킨’ ‘치킨 먹은 날’ ‘드디어 치킨을 먹다’ 등으로 쓸 수 있다. 쓰려는 내용을 먼저 제목으로 정하고 일기를 시작해도 좋고, 내용을 다 쓴 후에 제목을 정해도 된다.”

―당일에 일기를 쓸 수 없었다면 어떻게 하나.

“일기는 반드시 당일의 일만 기록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일이라고 솔직하게 밝히고 쓰면 된다. ‘오늘은 어제 있었던 생일파티에 대해 쓰고 싶다’처럼 시작하면 자기 경험을 돌아보고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기는 꼭 손으로 써야 하나.


“요즘 아이들은 글씨를 쓰는 빈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예전에 친구에게 편지나 쪽지를 쓰던 아이들이 지금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다. 수업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공책에 손글씨로 정리하는 시간이 줄었다. 글짓기 대회도 많이 사라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되도록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를 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생은 손으로 글을 쓰는 게 좋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글씨체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일기를 쓰면 피드백을 줘야 하나.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한두 문장을 스스로 쓴 것만으로도 칭찬하고 굳이 피드백을 안 줘도 된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기 양을 늘리면서 맞춤법이나 틀린 문장을 교정해 주는 게 좋다. 정확한 피드백이 있으면 학생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학교에서 숙제로 안 내주면 가정에서 지도해야 하나.

“가정에서 일기를 쓰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좋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지만 유난히 싫어할 수도 있으니 일기 쓰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 또 아이에게 몇 줄 이상 쓸 수 있을지 의견을 묻고 그걸 토대로 글쓰기 양을 점차 늘려 나가는 게 효과적이다.”

#문해력#초등학생#일기 쓰기#글쓰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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