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야구선수 아닌 아빠로”… MLB 한국 빅리거 최고타자로 활약
4년전 돌아와 SSG 리더 역할 맡아… 한국시리즈서 생애 첫 우승 감격도
“스스로 ‘그동안 잘 살았다’ 생각해”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했다.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 그동안 잘 살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SSG 추신수(42)가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34년에 걸친 야구 선수 생활의 끝을 알렸다. 부산수영초교 3학년이던 9세 때 야구를 시작한 추신수는 200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데뷔해 16년간 빅리거로 활약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은 한국프로야구 SSG에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했다.
2주 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아 보호대를 차고 기자회견에 나온 추신수는 “전(前) 야구 선수 추신수입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미국에서 뛸 때 새벽부터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한국에 온 뒤엔 한 팬으로부터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눈물도 흘렸다”며 “한국에서는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SSG 후배 김광현과 최정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추신수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 “최고의 순간은 2022년 우승”
추신수는 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5년 4월 22일 MLB에 데뷔했다. 이후 2020년까지 빅리그를 누비며 1652경기에 나와 통산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출전 경기,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모두 한국인 빅리거 최다 기록이다.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도 기록했다. 2018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다인 52경기 연속 출루와 함께 한국인 야수 최초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013년 말에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810억 원)의 대박 계약도 했다.
추신수는 “스스로 냉정히 평가하자면 신체조건이나 재능에서 특별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더 뛰고, 한 번이라도 더 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에 목숨을 걸었던 선수로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4년 동안 타자 부문 최고령 기록을 줄줄이 바꾸기도 했다. 2021년 21홈런-25도루로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 보유자가 됐고, 올해에는 타자 최고령 출장(42세 2개월 17일), 안타(42세 1개월 26일), 홈런(42세 22일) 기록을 세웠다.
그가 꼽은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은 SSG의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추신수는 “평생 우승에 목말랐는데 미국에서 못 해본 우승을 한국에서 맛봤다.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 감독 대신 아빠 노릇 할 것
추신수는 매년 시즌 종료와 함께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천천히 미래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추신수는 “요즘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지도자 변신 계획은 없다. 추신수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여러 제안을 받고 있지만 그 자리에 어울릴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겠다”면서 “(특히) 감독은 준비와 열정이 갖춰졌을 때 할 수 있는 자리다. 지금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안이 와도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한국프로야구와 후배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가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동안 큰아들 무빈이와 둘째 아들 건우는 각각 미국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당분간은 미국을 오가며 아빠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은퇴식은 내년 시즌 중 열릴 예정이다. 추신수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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