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한 인간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해주신 그 따스한 손길은 제 앞으로의 삶에 크고 밝은 등불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3일 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된 60대 노숙인 김모 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김 씨는 법원의 실종 선고에 따라 약 12년간 ‘사망자’로 간주된 채 노숙인으로 살았다. 굶주림 때문에 여러 차례 절도도 저질렀으나 취업 지원 등 사회 복귀를 돕기로 한 검찰과 절도 피해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던 김 씨는 사업 실패에 이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 서울 관악구 관악산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김 씨는 2016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대 일대에서 9회에 걸쳐 총 219만4000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을 훔치거나 훔치려는 시도를 했다.
결국 경찰에 꼬리를 잡힌 김 씨는 지난달 23일 절도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김 씨는 서울대 관악 캠퍼스 내 건물의 외벽 배관을 타고 창문을 넘어 연구실이나 사무실에 침입했다. 다만 고가의 물품을 훔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김 씨의 가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가 법원의 실종 선고에 따라 사망자로 간주돼 온 점을 파악하고 실종 선고 취소 동의 의사를 확인했다. 김 씨도 “실종 선고를 취소하고 사회로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31일 실종 선고 취소를 청구했고 이달 5일 법원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절도 피해자인 서울대 교수, 임직원들은 김 씨의 사연을 접하고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왔다. 검찰은 7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협의해 김 씨에게 취업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8일에는 구속을 취소하고 취업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씨는 검사실에 보낸 편지에서 “존경하는 검사님과 수사관님, 실무관님 이 고마움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다시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바르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이번에 절실히 느낀 점은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잡히게 된다는 것과 세상에는 따뜻하고 약자를 보듬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라며 “그분들의 헌신과 애씀을 어떻게 외면하고 다시 나쁜 짓을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새 삶의 터를 마련해 주시고, 저의 재활을 위해 힘을 써주신 검사님 이하 수사관님들께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 ‘우리가 애써준 사람이 바르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라며 “감사하다. 그리고 존경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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