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0번째 ‘토막살인 피의자’ 신상공개, 제동 걸리나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1월 9일 08시 14분


오원춘, 고유정 등 시신 훼손 피의자들
‘범죄의 잔혹성’ 인정돼 신상공개 결정
올해 초 ‘5일간 공개 유예’ 조항 신설돼

ⓒ뉴시스
동료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육군 중령에 대한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2010년 신상공개제도가 도입된 후 군인 신분으로는 처음이며, 이른바 ‘토막 살인’ 사건 피의자 중에서는 10번째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지난 7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살인과 시체은닉, 시체훼손 혐의로 구속된 중령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씨가 즉시 공개에 이의를 제기해 오는 12일까지 최대 5일간 신상 공개가 보류된 상태다. A씨는 이날 춘천지법에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는 오는 11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상공개 5일 유예, 올해 초부터 시행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는 2010년 정식 도입됐다. 과거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공개되던 피의자 신상은 2000년대 들어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며 비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일부 언론이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 논란이 일자,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듬해인 2010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각 지방 경찰청 소속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지금의 제도가 정착됐다.

범죄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의 요건을 모두 만족하면 심의를 거쳐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기존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에서 중상해나 사망을 초래한 방화나 특수상해 및 중상해, 조직·마약범죄 등까지 확대하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신상 공개 대상도 기존 ‘피의자’에서 형사 재판 단계의 ‘피고인’으로 넓혔다. 피의자가 거부해도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강제 촬영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머그샷법’으로도 불린다.

올해 1월 시행된 해당 법에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신상정보 공개 전 5일의 유예기간 설정’ 규정도 신설됐다. 이번 군무원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즉시 공개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다.

경찰은 5일의 유예기간 뒤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A씨는 이날 법원에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정식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토막살인 피의자, 대부분 신상공개…“공표 효과”

2010년 제도 도입 후 공식적으로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2010년 2명 ▲2012년 1명 ▲2014년 1명 ▲2015년 2명 ▲2016년 4명 ▲2017년 1명 ▲2018년 3명 ▲2019년 5명 ▲2020년 9명 ▲2021년 10명 ▲2022년 5명 ▲2023년 9명 ▲2024년 현재 5명(화천 사건 제외) 등 총 57명이다.

이 중 이른바 ‘토막 살인’ 사건 피의자는 2012년 오원춘(수원 토막살인사건) 2013년 박춘풍(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2015 김하일(시화호 토막 살인 사건), 2016 조성호(대부도 토막살인사건), 2018년 변경석(서울대공원 토막 살인 사건), 2019년 고유정(전 남편 살인사건), 2019년 장대호(한강 몸통시신 사건), 2021 허민우(인천 노래방손님 살인사건), 2023년 정유정(또래 여성 살해 사건) 등 9명이다.

오원춘, 고유정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잔혹한 범죄자가 대다수다. 중령 A씨는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로서는 10번째 신상 공개 결정 대상자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범행 수법의 잔인성이 크게 고려된 결과”라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신상이 공개된다는 공표 효과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회적 정의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신상 즉시 공개에 이의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엘리트 군인으로서 본인의 명예를 지켜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겠냐”며 “정식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이 비공개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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