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대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중도 퇴진 수순을 밟게 되면서 장기화된 의정 갈등 해소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 불신임안(탄핵안)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안이 이날 의협 대의원회 임시 총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의정 대화의 시작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비대위원장 선출 결과와 정부의 입장 변화 여부 등의 변수가 적지 않아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임 회장 탄핵안 가결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의정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임 회장 탄핵안 상정을 앞두고 지난 7~8일 의협 대의원들을 향해 임 회장의 탄핵을 잇따라 요청하고 나선 바 있다.
의료계 내부에선 의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전공의·의대생들과의 관계 개선, 대정부 협상력 제고 등을 통해 사태 해결의 구심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비대위원장이 뽑힌 후 전공의와 긴밀한 연계가 이뤄질 것이고, 대의원회가 비대위에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의가 (비대위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 탄핵안 가결로 의협 집행부와 대립해온 전공의들이 향후 의협 비대위와 공조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임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의협 대의원분들께 임 회장 탄핵을 요청한다”며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의협 비대위에 적극 참여하면 의대생들도 의정 대화에 있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의정 갈등 속에서 의대생들은 선배 의사인 전공의와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다만 의정 갈등이 해소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공의들의 비대위 참여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 A 회원은 “의협 대의원회가 정관상 비대위 체제에서 두 달 안에 뽑게 돼 있는 차기 회장을 연내 선출해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전공의들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은 오는 13일 모바일 투표를 통해 선출될 예정이다. 의협 비대위원장으로는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협 전 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향후 의협 차기 회장으로도 출마할 수 있어 비대위 체제에서 의료 현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안을 제시하고 대정부 협상력을 발휘하면 차기 회장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오는 11일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의 입장이나 정치 지형의 변화 여부 등이 의정 갈등 해소의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의료계는 대통령실과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대화 테이블에 올리고 논의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의장은 “협의체 참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협의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용산에서 받아들이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키 포인트는 (대통령실이) 협의체를 받아들일 것이냐”라고 말했다. 김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은 “책임자 문책과 의대 정원 취소 없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들어 오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15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정치 지형의 변화 여부가 사태 해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이번 사태는 과거 의료계 총파업과 달리 전공의들의 ‘개별적 사직서 제출’ 형태를 띠고 있어 일괄 협상, 일괄 타결이 어렵다는 점도 빠른 시일 내 사태 해결이 어려운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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