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공판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관할 검찰청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공판 기일마다 ‘1일 직무대리’ 형태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검사는 ‘소송지휘권 남용’이라고 반발했고, 다른 공판 참여 검사들도 집단 퇴정했다. 결국 재판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파행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허용구)는 11일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에 대한 뇌물 혐의 사건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었다. 재판장은 “A 검사의 이 사건 소송 행위는 무효이므로 즉각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가 특정 검사에게 퇴정 명령을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는 이날 “부산지검 소속인 A 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한 달 단위로 검찰총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기소된 ‘성남FC 의혹’ 사건 공판 때마다 성남지청 검사로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중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 제5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A 검사는 2022년 9월 성남지청에서 기소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사다. 그는 지난해 2월 부산지검으로 소속을 옮겼으나, 같은해 9월부터 직무대리 검사로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 중이다. 또 성남FC 공판이 열리는 날에는 성남지원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 중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과 성남지원에서 나눠 진행된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두고 적법한지를 따져물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적법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검찰청법 제5조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수사에 필요할 때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근무 규칙 제4조에서 정한 직무대리 발령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에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1일 직무대리 발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청법 32조 1항을 근거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A 검사에 대해 직무대리 발령한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검사 인사권은 법무장관의 통제를 받는 데 이는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은 관행이라는 데 관행이 불법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며 ”A 검사에게 퇴정을 명한다“고 말했다.
A 검사는 퇴정 명령에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라며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에 휴정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에 참석한 나머지 공판 참여 검사들도 재판부 판단에 반발하며 집단 퇴정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며 ”이의 신청과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날 공판은 약 50분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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