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 의료계가 의정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를 11일 열었다. 올해 2월 전공의의 의료현장 이탈로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된 지 9개월 만이다. 협의체는 “가능한 12월 22, 23일 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겠다”며 주 2회 회의를 열어 사직 전공의 복귀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명칭은 여야의정 협의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가 빠진 ‘반쪽’ 협의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 단체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당초 민주당이 먼저 발언했다”며 “국민이 바라는데 왜 그거 못 해 드리는가. 빨리 들어오라”며 민주당 참여를 압박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첫 회의에는 정부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의료계에선 이진우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 이사장이 참석했다.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모인 것은 8월 25일 추석 민생대책 당정협의 이후 78일 만이다.
여당 측 협의체 대표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는 내년 상반기 사직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가도 남성의 경우) 3월에 입대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부는 진지하고 다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평원의 자율성 보장 요구도 논의를 거쳐 협의체에 보고하기로 했다. 정부가 인증 평가 불합격 의대에 1년 이상 보완 기간을 주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에선 “의평원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반발이 나온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협의체가 첫 걸음을 뗐고 대화가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야당과 나머지 의료계도 조속히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는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인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바로 다음 날 아침 8시 일정을, 전날 오후에 메일로만 참석 요청한 것”이라며 “여당은 실제로는 야당이 참석하지 않길 바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협의체 참여 전제로 대한의사협회와 대전협 등의 참여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를 들고 있다. 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 해소 없이 협의체만 출범해서는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의료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금이라도 2025년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전공의들의)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전공의 사이에선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진행되는 만큼 내년도 증원 백지화 요구를 지속하는 것이 맞느냐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의협은 13일 비대위원장 선출 이후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