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오두산-도라산 전망대 가보니
관광객 줄며 주변 식당 시름
“北파병에 전쟁 나나 질문 늘어”
“한국에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미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위험하다’며 지금은 가지 말라고 말리더라.”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만난 미국인 변호사 제니퍼 코바크스 씨(36)의 말이다. 그는 북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국을 방문한 설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의 파병까지 이어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 접경지대 찾은 외국인들 불안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과 우크라이나 파병 등 안보 위기가 이어지자 외국인이 주로 찾는 남북 접견지대 관광지에 최근 불안감이 드리웠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도라산 전망대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북한’을 언급하며 기자에게 “어떤 상황이냐” “한반도에 전쟁이 나느냐”고 물었다.
오두산 전망대에는 북쪽을 볼 수 있는 망원경 8대가 있었지만 이를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은 1시간 넘게 아무도 없었다. 대남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괴기한 음성 탓에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브라질 출신 관광객 에릭 씨(33)는 “아직 전쟁 중인 국가인 게 실감이 난다”고 했다. 독일인 관광객 프란체스카 씨(37)는 “요즘 한국 관련 유튜브에는 한국과 북한 때문에 곧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영상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만난 가이드 한영근 씨(51)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전쟁이 나서 죽기라도 하는 줄 안다”며 “70여 년 동안 계속 이랬다고 안심시켜도 요즘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 주변 식당 관광객 급감 “매출 줄어”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70만 명이다.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할 수 있는 임진각, 전망대 등 접경지대를 찾는 외국인도 늘어왔는데,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들 지역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말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주변 식당들은 최근 관광객이 5분의 1가량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취재팀이 북한과 더욱 가까운 도라산 전망대 인근 식당들을 돌아본 결과 4곳 중 3곳꼴로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근 임진각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고영만 씨는 “여행 상품을 신청해놨던 외국인들이 전쟁을 걱정해 취소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매출도 확 줄었다”고 토로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만난 조연아 가이드는 “최근에 오는 외국인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바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거냐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전망대 관계자는 “주말 관광객의 경우 보통은 2700명 정도 왔는데 요즘엔 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달 초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북한군의 수상한 동향이 있다는 소식에 한때 관광객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정병웅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DMZ 등 접경 지역 관광이 외국인의 인기를 끌겠지만, 지금처럼 불안이 고조될 때 관광객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관광객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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