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퉁 부은 맨발’에 신발 선물하자…男 다시 찾아와선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1월 12일 03시 48분


비 오는 날 퉁퉁 부은 맨발로 찾아
양말과 신발을 직접 신겨주며 배웅
며칠 뒤 이발·면도한 손님과 재회

ⓒ뉴시스
가게에 찾아온 맨발의 노숙자를 내쫓지 않고 돈도 받지 않은 채 양말과 신발을 신겨 돌려보낸 한 가게 사장님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매장에 들어온 노숙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사람은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서 옷 가게를 하는 A씨다.

글에 따르면 온종일 비가 오던 지난달 22일 손님이 없는 한가한 오후에, 흰 수염이 덥수룩한 한 손님이 가게로 들어왔다.

온몸이 비에 젖어 옷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A씨는 한눈에 그 손님이 노숙자라는 것을 알아봤다고 한다.

손님은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매장 이곳저곳을 다니더니 겨울옷은 얼마냐고 한마디 묻고 조금 있다가 가게를 떠났다.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A씨는 손님이 비 오는 날에 퉁퉁 부은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것을 발견했고, 뛰어나가서 그 손님을 찾아 같이 다시 매장으로 들어왔다.

A씨는 손님에게 매장에서 판매하던 양말과 운동화를 신겨 보냈다. 후에 A씨는 그 상황을 “참을 수가 없더라”라며 회상했다.

사실 A씨의 가게도 장사가 아주 잘 되는 편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래도 A씨는 “아마 그 상황을 외면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내가 충분히 해드릴 수 있는 일이고 그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5일 A씨는 기존에 작성했던 글을 수정해 후속 이야기를 전했다.

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께 A씨에게 양말과 신발을 받은 손님이 다시 가게를 찾아왔다. A씨는 “(손님이) 덥수룩하던 흰 수염을 다 깎고 이발을 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손님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증명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날이 밝자마자 찍은 증명사진이고 이걸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서 돈을 벌고, 신발값을 갚겠다”고 했다.

A씨는 이에 “선물이라 괜찮다고 말씀드렸다”며 “이번 일을 통해 저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 베풀며 저 또한 열심히 살겠다”고 전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 분(손님)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하는, 정말 큰 빛 한줄기였을 것이다. 금전적인 것보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이라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 “이런 사연이 뉴스에 나와서 돈쭐나야(‘돈’과 ‘혼쭐나다’를 합친 신조어) 한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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