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서 게시판에 사과·징계 요구 글 빗발쳐
“시위하는 여성을 ‘아이를 낳는 존재’로 축소”
동덕여대 출동 경찰 관계자 “아쉬웠던 표현”
동덕여대 시위에 출동한 경찰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시위와 무관한 출산·육아 관련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소화기로 출입구를 부수려고 하고 있으니,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사과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저녁 서울 종암경찰서는 소음·재물 손괴 신고를 받고 상황 파악을 위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로 출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출동한 종암서 경비과 경찰관들은 학생들이 본관 건물 2층 총장실 앞에서 야구배트와 소화기로 총장실 문을 부수려고 하는 정황을 목격했다.
이때 경찰관 A씨는 학생들에게 “나중에 아이도 낳아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데 이런 불법행위는…”이라고 말했고,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됐다.
이와 관련, 종암서 관계자는 “불법 행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소속 경찰이 ‘어이 학생, 소화기 용도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라며 타이르다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행동을 하면 나중에 (어머니가 돼) 혹시 교육 같은 걸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것이 좀 잘못됐다는 얘기를 빗대는 표현이었던 것”이라며 “아쉬웠던 표현”이라고 말했다.
경찰관의 발언이 공개되자 현재 종암서 홈페이지 ‘칭찬게시판’에는 ‘명백한 여성혐오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이라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와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글 작성자인 김모씨는 “해당 발언은 여성을 단순히 ‘아이를 낳는 존재’로 축소시키고, 여성의 역할을 전통적인 성역할에 맞추려는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작성자인 유모씨도 “시위에 참여한 학우들을 학생이라는 신분이 아닌 존재로 만든 발언”이었다며 “여대 존폐라는 시위현장과 맞지 않는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종암서 관계자는 “크게 대응할 일은 아니다”라며 “표현만 아쉬웠을 뿐 사과하고 그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8일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덕여대는 재학생과 학교 측 간 학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