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육군 중령이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 유기한 사건이 이성 교제 갈등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강원경찰청은 육군 중령 A 씨를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5일 아침 경기 과천 부대로 출근하는 길에 피해자 B 씨(33)와 카풀을 하면서 말다툼을 한 뒤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인을 계획했다.
경찰은 A 씨가 출근 직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포털에서 ‘위조 차량번호판’ 키워드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한 점 등을 계획 범행의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범행 후 시신을 유기할 때 폐쇄회로(CC)TV 등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A4 용지에 위조 차량번호를 인쇄한 뒤 자신의 차량번호판 위에 덧붙였다.
A 씨는 범행 당일 오후 3시경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 안에서 B 씨를 다시 만나 말다툼을 하다가 차에 있던 노트북 도난방지줄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전출을 앞둔 A 씨는 사무실에 있던 자신의 물건을 차에 실어놓은 상태였다.
A 씨는 옷으로 B 씨의 시신을 덮어놓았다가 오후 9시경 인근의 철거 공사장으로 간 뒤 사무실에서 가져온 공구로 B 씨의 시신을 훼손했다.
A 씨는 다음 날 오후 9시 40분경 10여 년 전 근무했던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북한강변에서 B 씨의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B 씨는 올해 초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나 6월경부터 사이가 틀어져 다툼이 잦았다.
A 씨가 지난달 28일 자로 다른 부대로 발령났고, 임기제 군무원이던 B 씨의 지난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터여서 최근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달 2일 오후 B 씨의 시신 일부가 북한강에서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수사에 착수했다.
시신에서 확보한 지문 감식과 DNA 감정 등을 통해 B 씨의 신원을 파악한 뒤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CCTV 영상 분석, B 씨 가족 진술 등을 통해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시신이 담긴 봉지에 부착된 테이프에서 결정적 증거인 A 씨의 지문이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은 3일 오후 7시 12분경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줄곧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A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위조 차량번호판에 대해 검색한 것을 추궁하자 ‘살해할 마음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시신 유기 후 B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마치 자기가 B 씨인 척 가족과 지인, 직장 동료 등에게 문자를 보내 살해당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경찰청은 13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A 씨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고, A 씨가 법원에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공개가 가능해졌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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