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명태균 씨(54)가 김건희 여사에게서 돈봉투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서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돈봉투 사진도 입수했다. 코바나컨텐츠는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 업체다. 검찰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 담당자인 강혜경 씨로부터 “명 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금액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일종의 교통비를 받은 것이다. (금액이) 많다고 느껴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건넨 돈이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인지 등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명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대통령 후보와 친밀한 관계를 주장하고 과시하며 공천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받았다”며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명 씨가 김 전 의원으로부터 7620만 원을, 2022년 6월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2명으로부터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적용했다.
檢 “明, 尹부부와 친분 과시… 국회의원 같은 지위서 정치 활동”
정치자금법 위반 영장 적시 明측 “‘김영선 경선’ 이준석 문자 받고 尹에 부탁한다는 메시지 보내” 주장 明 “尹과 통화, 경천동지할 내용” 언급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피의자(명 씨)가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했다”며 “일반인이 정당의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까지 취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 활동까지 하며 정치 권력과 금권을 결합시켰다”며 “구속까지 할 필요가 없는 가벼운 사안이라 본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 檢 “明, 공공연히 증거인멸 말해”
검찰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김영선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강혜경을 통하여 김영선으로부터 7620만 원을 기부받았다”며 명 씨가 돈을 받은 과정과 액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김 전 의원이 강 씨 계좌로 돈을 이체하면 강 씨가 이를 인출해 현금으로 명 씨에게 전달한 과정도 담겼다.
명 씨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높다는 점도 적시됐다. 검찰은 “수사망이 좁혀 오자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라거나 ‘다 불태우러 간다’고 말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것임을 공공연히 말했다”며 “언론을 통해 국민을 농락하거나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넣고 다른 의혹은 담지 않았다.
● 明 측 “이준석 문자 받고 尹과 통화”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와 통화를 한 전후 상황도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다. 명 씨의 변호를 맡은 김소연 변호사가 12일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먼저 명 씨에게 ‘윤이 김영선 경선하라고 한다던데’라는 취지의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연락을 받은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끝에 오전 10시경 통화가 성사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겼다.
이어 명 씨가 오전 10시 20분경 강 씨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비슷한 시점에 명 씨는 이 전 대표에게 “윤석열 대통령 전화가 왔다. 김영선을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明, 주변에 “경천동지할 내용 있어”
검찰은 명 씨로부터 “윤 대통령과의 통화는 2분가량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이제 갖고 있는 녹음파일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명 씨가 지난해 7월경 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에서 다시 열어 본 기록을 명 씨가 쓰던 PC 포렌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 씨를 상대로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무슨 얘기를 더 나눴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명 씨는 최근에도 주변에 “(민주당이 공개한) 대통령과의 통화는 80%에 달하는 중간 내용이 잘려 있다. 거기에 경천동지할 내용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씀할 것이 없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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