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료 유포 협박한 해커 입건
다른 대형 로펌도 해킹 후 돈 요구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이 해킹그룹으로부터 수십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주지 않으면 내부 정보를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10대 로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한 법무법인은 해킹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며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이모 씨(33)를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법무법인에 따르면 이 씨는 올해 8월 해당 법무법인에 찾아와 자신이 해킹으로 1.4TB(테라바이트) 분량의 자료를 빼냈으며, 비트코인 30개(12일 시세 기준 약 37억 원)를 주지 않으면 자료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이 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입건한 가운데 해킹그룹 ‘Trustman0’이란 단체가 이 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해당 법무법인은 소속 변호사만 200명이 넘는 대형 로펌이다. 법무법인 측은 실제 해킹 피해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어떤 자료가 어떤 경위로 빠져나갔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해킹그룹은 올해 9월 다른 대형 법무법인의 소송 정보 등 내부 자료를 해킹한 뒤 비트코인 10개(12억 원 상당)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실제 다크웹 사이트에 법무법인 내부 정보로 추정되는 상당한 양의 정보를 올려 파장이 일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 관계자는 “해킹 피해가 확인돼 수사 중”이라며 “만약 서초서 건도 해킹 피해가 확인되면 통합해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펌을 겨냥한 잇단 해킹 범죄에 일부 로펌은 보안 대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 법무법인은 내부 게시판에 “의심스러운 이메일이나 링크, 사이트 접속에 유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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