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진 및 가담자 157명 검거…운영총책 등 13명 구속
PG사 자체 개발 범행에 활용하면서 ‘특허’ 받기도
자체적으로 IT회사를 설립해 만든 결제대행 앱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며 판돈 4조원 규모의 기업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운영진 및 도박가담자 157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13일 울산경찰청은 기업형 도박사이트 총책 7명을 비롯한 운영진 50명과 도박가담자 10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운영총책 13명을 도박공간계설혐의 등으로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를 거점으로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해외 도박, 바카라(카지노의 일종), 스포츠 토토 등 도박을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수익금을 가로챘다.
또 4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운영사무실로 마련하고, 주변 지인들을 영입해 실장, 부실장, 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왔다.
범행은 지난 2019년 10월경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넘게 이어져 왔으며, 유튜브 홍보, 스팸 문자 등을 통해 이용자를 모집해 약 13만명의 회원을 모집하며 몸집을 키웠다.
홍보를 맡은 회원모집책 일명 ‘총판’의 경우 신원을 숨긴 채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고자 푸틴, 트럼프 등 유명인 얼굴을 딥페이크해 유튜브 방송을 송출하기도 했다.
이들 범행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존 도박사이트 사용하던 자금세탁방식(흔히 대포통장)에서 벗어나 직접 서울에 3개의 IT회사를 설립해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PG사(paymentgate,전자결제대행사)를 만들어 자금세탁에 활용했다.
IT회사에 고용된 개발자만 30여명에 달할 만큼 그럴싸한 PG사를 만들어 특허를 취득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으며 마치 정상적인 IT회사처럼 꾸며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이를 두고 “이처럼 치밀하고 지능적인 돈 세탁 흐름도는 처음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체개발 PG사를 통해 허위로 만들어낸 가짜 가맹사 수천개에 이용자들의 수익금을 분산 송금해 넘긴 후 다시 상품권 매매 수법으로 현금화했다.
이용자들은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에는 공금 80억원을 횡령해 은행 직원도 해당 사이트에 2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자금세탁한 수익금으로 외제차, 고급 명품시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을 10억원 상당을 압수 조치하고, 운영 총책 등이 소유한 부동산, 예금은 100억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한편 경찰청 국제협력관을 통해 필리핀 인터폴과 공조를 통해 해외 총책을 검거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며, 송환되는 대로 구속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이용할 때 범죄행위임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재산탕진 등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 “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의 구체적 범행 수법 등을 추가 수사해 미검거 상태인 운영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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