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수변공원 상권 침체 지속
금주구역 지정 이후 방문객 급감… 광안리 불꽃축제 때 인파 몰렸으나
바로 앞 푸드트럭 생겨 효과 못 봐… 공원 곳곳에서 몰래 술자리 갖기도
“허탈하네요.”
9일 오후 9시경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 상가. 횟집을 운영 중인 40대 김모 씨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광안리 상공을 화려한 불꽃으로 수놓았던 제19회 부산불꽃축제가 끝난 뒤 민락수변공원을 가득 채웠던 관람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불꽃축제 관람을 마친 이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대중교통으로 귀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수변공원 앞 상가를 벗어났다. 생선회와 분식 등을 파는 음식점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 1만 명 가까이 다녀갔지만 상가는 ‘텅텅’
14일 수영구에 따르면 이날 수변공원에서 30분 이상 체류한 인파는 9330명으로 집계됐다. 제18회 불꽃축제가 열렸던 지난해 11월 4일의 수변공원 방문객 수는 1만3607명이었다.
모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대목임에도 일대 상권에는 활기가 돌지 않는 분위기였다. 음식점 주인들은 “찾는 손님이 적을뿐더러 준비한 포장용 음식들도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특히 푸드트럭을 문제 삼는 이들이 많았다. 한 상인은 “수변공원과 맞붙은 1차선 일방통행로 옆에서 통닭구이와 와플 등을 파는 푸드트럭 여러 대가 영업했다. 상대적으로 수변공원에서 먼 식당의 포장 음식 손님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일대 상권은 1년 넘게 고전하고 있다. 수영구가 지난해 7월 2만884m²(약 6317평)의 수변공원 전역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한 뒤부터다. 수변공원은 2000년대부터 주말 밤이면 근처 상가에서 구입한 음식을 술과 함께 즐기려는 청춘남녀가 몰려들었으나 음주 시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고 하자 방문객이 급감한 것.
수영구가 침체한 수변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일대에 대규모 빛 조형물을 설치해 ‘제1회 민락루체페스타’를 열고 있지만 방문객 증가세는 더딘 것으로 평가됐다. 손정범 민락수변공원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빛 조형물을 보기 위한 목적 하나로 이곳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운동을 위해 기존에도 자주 찾던 이들이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금세 자리를 뜨니 상가로 유입되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 술 마셔도 적발 0건, 상인들 “규제 풀라” 반발
이날 금주구역인 수변공원 곳곳에서 술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50대 중년 남녀 10여 명은 수변공원 계단에 둘러앉아 방어회를 가운데 놓고 흥겹게 대화를 나눴다. 한 남성은 “김 여사, 물 한 잔 더 하이소”라며 생수병에 든 술을 권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외국인 남녀 5명은 금주구역 지정 사실을 모르는지 포장 음식 옆에 소주병과 맥주 캔을 두고 대수롭잖게 술을 즐겼다. 음주 단속요원은 없었다. 수영구 관계자는 “전담 단속원 2명이 모든 구역을 단속할 수 없다”며 “생수병 안에 술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과도한 단속은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지양 중”이라고 했다. 이날을 비롯해 현재까지 수영구가 수변공원의 음주를 적발해 부과한 과태료는 1건도 없다.
전문가들은 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이 ‘풍선효과’를 낳는 만큼 정책 수정 등을 위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협회장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수영구가 기존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상가는 물론 근처 아파트단지의 활기도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어떻게 정책을 수정할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관광객이 수변공원에 몰려들어 상인은 이득을 봤으나 인근 주민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며 “어떻게 하면 관광객과 상인, 주민 등이 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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