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자금 환전 앱…비대면 가상계좌 이용한 합법적 앱이라고 홍보
검거 종업원 대부분 20대…시급 2만원에 ‘꿀알바’ 생각해 덥석 취업
비대면 도박 자금 환전 앱을 홍보해 전국에서 홀덤펍 가맹점을 모집하고 70억 원대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가상계좌를 이용한 환전 앱 대표·직원, 가맹점주·딜러, 고액 도박자 등 628명을 도박·도박 장소 등 개설 혐의로 검거했다고 15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대표 A 씨를 포함한 환전 앱 직원 7명, 가맹점인 홀덤펍 업주 및 직원 570명, 도박자 51명이 검거됐다. A 씨는 부천원미경찰서에 구속됐다.
A 씨 일당은 환전 앱을 이용해 지난해 10월 4일부터 올해 5월 3일까지 7개월간 8000여 명의 도박자들로부터 71억 원의 참가비를 받고 일명 ‘텍사스 홀덤’ 게임을 하게 한 뒤 57억 원을 환전해 준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개발한 환전 앱은 가맹점과 이용자들이 현금 거래 없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비대면 환전할 수 있는 앱이다. A 씨는 가상계좌를 이용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도박 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 확인 과정이 필요한 점을 악용했다. 상금 입금 시에는 환전 앱 명의가 아닌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통해 입금하면서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했다.
PG사를 통해 지정된 가상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면 환전 앱 내 포인트가 충전된다. 환전 앱의 가맹점인 홀덤펍에서 QR코드로 결제하면 포인트가 차감되며 이용자들은 게임용 ‘칩’을 수령할 수 있다. 칩을 이용해 텍사스 홀덤 게임을 하면 종료 후 시상금이 e 쿠폰으로 전환된다. 앱에서 e 쿠폰을 판매하면 이용자가 미리 지정한 계좌로 현금이 입금된다.
환전 앱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 4%를 징수했다. 현금 없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환전 앱이라고 홍보해 전국 104개 가맹점을 모집해 2억 2800만 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A 씨는 경기도 부천시에 1000평 규모의 도박 전용 경기장을 설치해 환전 앱 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도박자 약 1500명이 참여하는 총상금 10억 원 상당의 환전앱 전용 대회를 6회에 걸쳐 열었다. 해당 대회는 가맹점에서 예선을 통과한 도박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총상금 2.5억 원을 등수에 따라 분배했다.
가맹점은 전용 대회 진출자를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10만 원 상당 참가비를 받고 예선전을 열었다. 이들은 “앱을 이용한 은밀한 환전이 가능하다”고 도박자들을 유인해 불법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전 앱은 앱 내 포인트를 이용해 편의점 등 제휴 거래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또, 현금이 없기 때문에 환전 행위를 숨길 수 있는 합법적 방식이라며 단기간에 전국 104개 가맹점을 모집했다. 수도권에만 77개 가맹점이 있었다.
검거된 종업원 대부분은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점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러는 일이 쉽고 시급이 2만원이나 하는 ‘꿀알바’라고 생각해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취업했다. 상당수가 20대 초반이다.
도박자 8000명 중 1000만 원 이상 상금을 획득한 51명이 도박죄로 입건됐다. 도박자들은 자영업, 회사원, 전문직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다.
경찰은 “홀덤 게임을 단순 놀이문화로 인식하는 젊은 층을 노린 변칙적 불법 도박장 ‘홀덤펍’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참가비를 받고 시드권 및 상금 지금, 앱을 이용한 환전, 시드권 교환 행위도 변칙적인 위법행위”라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