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고 기침 증상이 있으면 보통 감기나 독감, 코로나19를 떠올리지만 백일해(百日咳)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백신을 맞지 않은 1세 미만 영아는 폐렴 등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위험이 커 백신 접종이 필수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백일해는 백일해균의 호흡기 침투로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100일 동안 기침한다고 할 정도로 격렬한 기침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달 첫째 주까지 누적 환자는 3만332명으로, 지난해 전체 환자(292명)의 104배에 달할 정도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백일해는 보통 3~12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난다. 백일해에 감염된 3개월 미만의 영아나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고,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면 5일 이상 격리가 필요하다.
백일해는 어릴 때 걸리면 사망률이 높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수석 상임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백일해는 집중 치료를 해도 신생아 사망률이 4%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백일해로 인한 사망의 80%가 1세 미만 영아”라고 말했다.
백일해는 영·유아 주변 성인이 주된 감염원이 될 수 있다. 기침할 때 여기저기 튀는 침방울로 전파돼 전염력도 높다. 신 연구위원은 “가족 내 감염으로 인한 2차 발생률이 80%에 달한다”면서 “신생아를 돌보는 가족 한 명이 걸리면 신생아는 물론이고 모든 가족이 다 걸린다고 보면 될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인과 기저질환자도 백일해에 걸릴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격렬한 기침과 호흡곤란은 물론 나이가 많은 환자일수록 폐렴·축농증·늑골 골절 등 심각한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환자는 입원 치료가 더 필요하다. 면역력이 떨어진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환자도 백일해 고위험군이다.
백일해는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백일해는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있어 생후 2개월부터 12세까지 총 6번에 걸쳐 디프테리아-파상균-백일해(DTaP)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특히 1살 미만 영아는 적극적인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 영아는 스스로 손을 씻을 수도 없고 마스크를 쓰게 할 수도 없는 데다 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위험이 높다.
임신부, 부모, 형제, 조부모, 보육시설 종사자, 영아 도우미 등 영아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성인에게도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임신부는 임신 27~36주에 백신을 접종하면 모체에서 형성된 방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넘어가 출산 후 영아를 보호할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백일해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3대 원칙만 잘 지켜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면서 “면접, 실기시험 등을 앞둔 대입 수험생의 경우 손 씻기와 적절한 마스크 착용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고 시험 전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은 백신 접종이 1차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백신 접종 효과는 2주 이상 지나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백일해 백신 접종 후 국소적·전신적 불편감이 흔해 시험 전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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