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수시모집 논술 문제 유출 논란’으로 제기된 가처분 신청 심문 과정에서 “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들은 채점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지를 미리 나눠준 실수는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수험생들이 어차피 합격권이 아니어서 불이익을 받은 게 없다는 취지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고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연세대는 본안 판결이 수시전형 기간에 안 나오면 논술전형으로 안 뽑고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이월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 따르면 연세대는 법원에 “설령 논술시험이 무효라고 해도 채권자(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 중 문제가 된 고사장과 같은 건축공학과 지원자는 없으며, 채권자들은 채점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낮은 점수를 받아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측은 또 “논술시험 후속 절차가 중단되거나 재시험을 칠 경우 대학 입시 전체에 중대 혼란이 발생할 게 명백하고, 합격할 수 있었던 수험생이 재시험을 통해 불합격하는 등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논술전형의 경우 논술시험만으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시험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아 시험으로서의 의의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또 “미리 문제지 정보가 전달된 범위와 규모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연세대는 법원이 15일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를 중단시키자 즉각 이의신청을 내고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시험을 치르면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수험생과 학부모가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만점 처리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항이 6개뿐인 걸 감안하면 당락에 주는 영향이 크고 “역차별을 받았다”며 역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세대는 수시전형 기간이 끝나기 전 본안 판결이 나오길 기대하며 버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에 “(본안 판결이 안 나오면)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정시모집 인원으로 이월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 경우 수험생 입장에선 첫 공판기일도 안 잡힌 본안 소송이 다음 달 13일까지 끝날 수 있을지 모른 채 속을 태워야 한다. 또 뽑지도 않을 논술전형에 응시한 수험생 전체가 반발하며 역시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 수험생 측 법률 대리인은 17일 연세대의 이의신청에 대해 “가처분 인가 결정이 다시 내려지면 항고를 제기하며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 달 13일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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