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수능 감독관 10명 중 9명이 인권 침해 당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중등교사노조와 대전교사노조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전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 조사를 한 결과, 89%가 “수능 종사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인권침해를 당할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반면 ‘수능 종사 요원으로 업무 수행 중 인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단 6%만 “그렇다”고 했다.
또 ‘최근 3년 이내 수능 종사 업무와 관련해(자신 또는 주변에서) 인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29%가 “예”라고 밝혔다.
인권 침해의 구체적 사례로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고, 점심시간도 부족해 급하게 먹다 체했다’ ‘하루 종일 서 있어서 허리가 너무 아프고 다리가 부어 다음날 병원 진료를 받았다’ ‘수험생이 응시 요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생긴 문제를 감독관 탓으로 돌리고, 시험 종료 후 본부에 와서 폭언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부동자세로 긴 시간 있다 보니 너무 힘들고 다음날 수업에도 지장이 있었다’ 등을 꼽았다.
이밖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능 종사 요원 선정 방식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86% 교사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사례를 보면 ‘감독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감독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개선이 안 된다’ ‘수능 감독의 강제성이 너무 높다. 말로는 지원을 받는다고 하면서 경력 역순으로 힘든 감독 시간표에 연속으로 들어간다’ ‘수능 전날 고사장 준비를 위해 여러 차례 무거운 책상을 운반해야 하고 흔들림이 있는 책상과 의자를 파악해 수리해야 하는 등의 일을 하고 바로 다음날 하루 종일 수능 감독을 해야 해서 너무 지친다’ 등이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육아, 지병 등의 사유로 수능 감독에서 제외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교사 외의 일반직 공무원, 대학 교직원 활용 등을 통해 수능 종사 요원 대상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수능 감독관이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자세로 서 있어서 다리에 통증이 오고 고통스럽다. 앉아서 감독이 가능한 키 높은 의자가 필요하다. 1일 최대 감독시간을 제한하고, 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교사들은 개인의 고충뿐 아니라 고사장 운영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도 지적했다. 시험장 배치, 좌석표 및 안내판 부착 등 온갖 잡무에 시달릴 뿐 아니라 담임교사와 학생들은 교실의 모든 물건을 비워야 하며 매직블럭과 손걸레를 들고 낙서 및 얼룩을 지워야 하는 고충 등도 해결할 문제로 꼽았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학이 매년 수백억 원의 전형료를 수익으로 올리는 동안 교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반강제적으로 수능 감독관에 차출되고 있고 수능 감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감독관 근무환경 개선, 수당 인상, 대학교직원 등 교사 외 인력풀 확충을 통한 감독관 증원, 수능 감독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부가 서둘러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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