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 전 세계가 부산에 모인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INC)가 열리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개발 직후부터 저렴하고 가벼워 ‘신의 선물’이라 칭송받으며 일상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사용량이 급증하며 지금은 환경 문제의 주요 어젠다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2019년 약 3억5000만 t에서 2060년에는 10억 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019년도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하천과 바다 등으로 흘러 들어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이에 국제사회는 플라스틱의 모든 주기 관리를 강화하는 국제협약을 올해까지 제정하기로 2022년 결의했다. 이후 4차례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를 진행했고 이제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에선 생산 감축의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편에선 일률적 규제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3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33쪽이던 협약 초안은 4차 협상 종료 후 77쪽으로 2배 이상이 됐다. 특정 국가가 해당 문안에 동의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괄호’만 3000개 이상이다.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의장이 협약을 17쪽가량으로 간소화해 제시했지만 일부 국가는 이에 대해서도 자국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로선 협상 타결이 요원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국제적인 공동노력의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협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돌이켜 보면 1992년 국제사회가 체결한 생물다양성협약도 시작은 간결했고, 2013년 체결된 미나마타협약도 세부 지침은 이후에 마련했다. 플라스틱 오염 관련 협약도 일단 성안이 되면 이후 과학적 연구와 국가 간 우수사례 공유가 활성화될 것이다. 연차별 당사국총회를 거치며 각국의 의무와 국제사회의 협력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란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오를 수 있는 확실한 계단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모이는 장을 마련한 회의 개최국으로서 국제사회가 공동보조를 취하는 시작점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만의 강점도 있다. 우리는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시행하는 등 상대적으로 일찍 자원순환에 눈을 뜬 선진국이다. 협약 성안 후 이행 과정에서 제품설계 세부기준과 폐기물관리 지침서 마련 등을 주도할 역량도 충분하다. 또 우리의 오랜 경험을 활용해 폐기물관리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 기술을 전수하고 플라스틱에 특화된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로 ‘초불확실성’을 꼽았다.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출렁이고 주요국 선거가 이어지며 정책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달 부산에서 세계가 플라스틱 협약을 체결한다면 초불확실성 속에서도 ‘협력과 연대’가 승리한다는 희망의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11월 전 세계가 부산을 주목하고, 우리나라가 협약 성안을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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