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수사 적정성-기소여부 권고… “국민 알권리 보장-공익적 차원 필요”
대법 첫 판단… 관련 소송 제기 가능성
경찰 ‘채 상병 사건’ 명단도 거부해… 야권 “김여사 관련 수심위 공개해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사의 적정성이나 기소 여부 등을 권고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의 명단을 경찰과 검찰이 비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 法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 필요”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 씨가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이달 14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추가적인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다.
A 씨는 자신의 고소 사건과 관련해 강원경찰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의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경찰 수사심의위는 외부 위원들이 참여해 수사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다. 수사심의위 규정에 따르면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경찰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신청할 수 있지만, 논의 과정과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강원경찰청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 지장을 초래하고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A 씨는 행정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도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 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심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심의위 명단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 채 상병-디올백 명단도 공개 압박 커질 듯
대법원이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 상병 사건과 김 여사 사건을 논의했던 경찰과 검찰의 수사심의위의 명단도 공개하라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 판례로 인정되진 않지만, 대법원 판단은 하급심에도 적용되는 만큼 향후 유사한 방식의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올 7월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도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무혐의) 의견을 냈고 경찰도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야당은 수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경찰 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무 수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왔다.
검찰 수사심의위도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에 따라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학자 등 약 250명으로 구성된 풀(Pool)에서 15명을 뽑아 구성된다. 로또 추첨기 같은 기구에 수사심의위원장이 손을 넣어 고유번호가 적힌 공 15개를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올 9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검찰 수사심의위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김 여사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고,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씨의 요구로 수집된 수사심의위는 최 씨에 대한 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둘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고, 최 씨 사건은 수사심의위 기소 권고를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첫 사례가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 고발인 등이 행정소송을 낸다면 검찰 수사심의위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사심의위는 기소 여부까지 논의하는 만큼 법원이 경찰 수사심의위와는 다르게 판단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