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수위 낮다는 지적도…“무엇보다 피해자 보호에 초점 맞춰야”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어 신고 쉽지 않아…경찰의 적극성 필요
“인스타그램에 박제하기 전에 좋은 말 할 때 돈 보내라.”
미등록 대부업체를 차린 A 씨는 10만~20만 원을 빌려준 후 채무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위와 같은 문자와 가족의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보내 압박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A 씨는 2023년 4월 19일부터 같은 해 8월 15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275만 원을 빌려줬고 이자로만 260만 원을 거뒀다. 결국 A 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22일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싱글맘이 전북 완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불법 추심 범죄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2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65건에서 58% 증가했다.
일각에선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법 위반의 경우 이자율 제한 위반·중개수수료 수령 등을 저질렀을 경우 기본 징역 4~10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미등록 대부업을 영위한 경우에는 징역 6개월~1년 6개월이 기본이다. 채권추심법 위반 양형 기준은 반복적 또는 야간 방문, 전화 등 행위를 할 경우 기본 징역 4~10개월이며, 폭행과 협박 등 행위의 경우 징역 6개월~1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다만 형량 강화에 앞서 불법 추심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특히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사망한 싱글맘 사건처럼 경찰의 대응이 늦어질 경우 피해자의 사망으로까지 비극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피해자 212명을 상대로 연이율 5214%로 5억 원을 대부하고, 연체 시 피해자 얼굴과 타인 나체사진을 합성해 유포한 불법대부업 조직 총책 등 15명이 검거된 바 있다. 피해자 입장에선 섣불리 신고할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될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는 무엇보다도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신고할 경우 보복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수사가 미진해 시간이 걸릴 경우 피해자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력 등을 확충해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추심에 대해서도 구속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해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2022년 11월부터 진행해 온 특별 단속 기간을 올해 11월 11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간 연장한다. 또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에 ‘불법사금융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우수 검거 사례에 대해선 특진 등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추심으로 피해를 당할 경우 피해자는 녹음이나 메시지 등 증거 자료를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경찰 내부에서 마련된 상태이며, 일선 경찰서에서도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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