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 수사 끝내”…뇌물 받은 수사팀장의 최후

  • 뉴스1
  • 입력 2024년 11월 23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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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마 대가 2700만 원 받아…친분 이용해 수사 방해
재판부 “생중계하듯 수사 정보 유출…엄중 처벌 불가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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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할 예정이니까 잘 검토 좀 해주세요.”

지난 2023년 5월 1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수사팀장 권 모 경감(53)이 100만 원이 든 하얀 봉투와 한우 세트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봉투와 고기를 건넨 사람은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 A 씨로 권 경감이 근무하는 서초경찰서와 인근 경찰서에서 다수의 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A 씨와 권 경감이 식당에서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A 씨는 경찰 조사를 앞둔 지난 2023년 1월부터 지인을 통해 “아는 경찰이 있냐”, “서울에 근무하는 경찰 중에 유능한 팀장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권 경감을 소개받은 A 씨는 이날을 포함해 다섯 차례, 총 2700만 원을 건네며 수사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부탁했다.

금품을 받은 권 경감은 자신과 일한 적이 있는 경찰 동료에게 A 씨 관련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

권 경감은 사건 담당자 중 한 명이었던 동료 경찰에게 “어차피 이 사건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피고소인이 혐의를 다 인정하고 있으니, 수사를 빨리 끝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경감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400만 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2800만 원 추징금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건 관련 편의를 제공할 간부급 경찰을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긴밀하게 결탁했다”며 “수사 정보를 생중계하듯이 유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으로 인해 경찰 조직 전체의 명예가 실추됨과 동시에 공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동료 경찰이 충격받고 사기 저하를 겪고 있어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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