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앉아서 출근”…서울 새벽 밝힌 자율주행버스 첫 운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6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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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서울시의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26일 첫 운행에 나섰다. 이른 출근길에 나선 승객들은 자율주행버스를 신기한 듯 둘러보며 “일터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이날 오전 3시 40분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다. 도봉구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영등포구 영등포역까지 한 차례 왕복 운행하는 이 버스는 노선 160번 앞에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A(Autonomous)가 붙어 ‘A160’번을 달고 운행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3시 반이지만 버스 요금 정산기 작동 문제로 약 10분 늦게 출발했다.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광역환승센터에서 출발한 ‘A160’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에서 안전관리자가 핸들에서 손을 놓은 채 차량 운행 상태를 살피고 있다.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등 새벽 출근 노동자들을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A160번 버스는 평일 오전 3시 30분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영등포구 영등포역까지 한 차례 왕복 운행한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첫 탑승 승객은 출발 지점인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버스에 오른 20대 남성이었다. 교통에 관심이 많아 왔다는 그는 “인천 송도에 사는데 자율주행 버스를 꼭 타고 싶어서 막차 타고 서울에 왔다”라며 “온 김에 종점 영등포를 거쳐 기점까지 왕복으로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존 첫차였던 160번은 오전 3시 56분 2대가 운행을 했다. 주요 탑승객인 미화원과 경비원 등 새벽 근로자들은 장거리를 이동해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운행 시간을 당겨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160번 노선은 항상 두 대가 모두 만차로 운행이 됐을만큼 수요가 많았다”라며 “증차와 좀 더 이른 시간에 운행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어 출발 시간을 약 30분 앞당긴 새벽동행버스 노선을 도입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출발해 운행 중인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A160번’ 버스 모니터에 주행 상태가 표시되고 있다.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등 새벽 출근 노동자들을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A160번 버스는 평일 오전 3시 30분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영등포구 영등포역까지 한 차례 왕복 운행한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날 새벽동행버스를 탄 김영이 씨(71)는 “강남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데 기존 160번보다 시간이 당겨져서 너무 좋다. 10분이라도 먼저 가면 더 여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배모 씨(63)도 “6년 동안 매일 새벽 버스를 탔는데 앉아 가지도 못하고 항상 서서 출근했다”라며 “오늘은 앉아 가니 너무 좋다”며 웃었다.

새벽동행버스는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영등포역까지 왕복 50㎞ 구간 대부분을 자율주행으로 운행한다. 기존 새벽 첫 차였던 160번 노선을 일부 단축해 87개 일반 시내버스 정류소에 정차한다. 기존 160번 노선은 오전 3시 56분에 그대로 운행한다. 파크원타워·LG트윈타워 정류소처럼 짧은 구간 차로를 많이 바꿔야 하는 곳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운행한다.

승객들은 스스로 돌아가는 핸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급정거가 잦은 점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빗길에 버스가 장애물을 오인해 급정거하는 바람에 승객들의 몸이 앞으로 확 쏠리기도 했다. 서울시는 장애물로 인한 버스 급정거를 대비해 입석을 금지하고 전 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게끔 했다.

서울시는 충분한 안정화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 중 유료화할 예정이다. 요금은 조조할인을 적용한 1200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운행#새벽동행#새벽 노동자#A160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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