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위증교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친명(친이재명)’ 인사를 통해 증인을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노골적인 증거인멸 행태가 이뤄진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초 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이었던 배모 씨는 2002년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 당시 KBS 책임PD였던 김모 씨를 만났다. 이날 자리는 김 씨와 함께 KBS에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이모 씨가 주선한 자리였다. 김 씨는 초면이었던 배 씨가 자리에 참석하는지도 몰랐던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만남을 이 대표가 배 씨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7월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씨는 이날 만남에 대해 “(배 씨가 오는 것을) 사전에 들은 바 없고 처음에는 편하게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최모 PD 사건을 구체적으로 묻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배 씨가) 나중에 공천 받기 위해서, 이재명 캠프에 있으니까 물어보는구나 했다”며 “아무 사전 예고 없이 누가 나타나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나에 대한 예의를 안 지킨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증인이 한 이야기가 피고인(이 대표)에게 보고된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씨는 “당연히 그렇게 추정한다. 그래서 이후 전화가 여러 번 와도 안 받았다”고 답했다. 김 씨는 “(나를) 만난 의도를 알아서 첫째로 아주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로 그 이상 전화를 안 받았다. 한 번도 안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휴대전화를 보면서 직접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배 씨를 1월 2일에 만난 것 맞느냐”고 운을 뗐고, 김 씨는 “(정확한 날은 모르지만) 어쨌든 1월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표는 “KBS가 당시 최모 PD 관련 로비를 구 민주당 실세, 검찰, 김병량 시장 측 세 갈래를 통해 진행했다고 배 씨가 증인에게 듣고 저한테 이야기 했는데 맞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당시 김 시장과 KBS가 이 대표를 검사사칭 사건 주범으로 몰겠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 씨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이 대표는 “1, 2월이면 얼마 안 됐는데 이게 기억이 안 나느냐”, “증인이 김 시장 측이 KBS 측에 시장 선거 끝난 후에 고소 취하해주기를 합의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한 것 아니냐”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김 씨는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배 씨를 통해 증인출석에 앞서 김 씨를 회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1심 선고에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을 증인 신청에 앞서 사전 접촉하도록 했다”며 “직접 보고 받은 내용을 휴대전화로 보면서 기정 사실인양 따지는 등 증인을 직접 회유·압박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의견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판결문에도 기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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