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에 밤새 내린 눈이 쌓이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교통 혼잡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에 몰리면서 승객들이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서 제대로 타지 못하거나 내리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27일 오전 6시 기준 경기 양평과 서울 동북권에 대설경보, 경기·강원·서울·인천·전북에는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
집 앞에 나온 시민들은 제설하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안도하거나, 가파른 골목길에서 “미끄러지겠네”라며 불안해했다.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언덕을 내려가다 미끄러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자차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차도를 확보하기 위해 주차된 차에 시동을 걸어둔 채 넉가래를 들고 눈을 치우고 있는 남성도 있었다.
임민희(37)씨는 “잠실에서 군자까지 차로 출근하는데, 평소 10분거리를 30분 걸려서 왔다”며 “제설은 돼 있었지만 아이 유치원 앞길이 언덕 이면도로인데 바퀴가 헛돌아서 놀랐다”고 밝혔다.
차가 막힐까 봐 차 대신 대중교통을 택한 사람들도 많았다.
사당에서 혜화로 출근하는 이모(33)씨는 “원래 차로 출근하는데 집이 언덕배기라 눈이 녹다말아 엉망진창이더라. 차에 쌓인 눈을 치울 시간도 없어서 지하철을 탔다”며 “내리막길이라 미끄러워서 엉금엉금 조심히 걸어내려왔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 강남구로 출근하는 이모(27)씨는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지하철을 탔다”고 했다.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말 그대로 ‘대혼잡’ 상태였다. 눈보라가 치면서 지상철인 1호선은 급행열차까지 거북이걸음을 했다.
일산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홍모씨는 “이상하게 전철이 더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같은 시간에 출발했는데 도착이 더 늦어졌다”며 “지하철이 역사마다 정차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은평구에서 중구로 출근하는 박진주(33)씨는 “10분 일찍 나왔는데 출근은 30분이 늦었다. 버스는 한 정거장 전에서 20분을 서 있어서 결국 지하철을 탔다”며 “지하철에도 인파가 너무 많아서 처음 다섯 정거장은 역에 정차해도 아무도 내리거나 탈 수 없었다. 지하철간 간격 조정 이유로 몇 번을 멈춰섰다”고 호소했다.
지하철역 인근 카페에는 따뜻한 커피나 차를 사가는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카페 직원들은 손님 없는 틈을 타 테라스 테이블에 쌓인 눈을 털었다.
강서구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한모(27)씨도 “7시45분에 5호선 까치산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한 정거장 가자마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옷을 두껍게 입고, 우산 든 사람이 많아서 열차가 금방 가득 찼다”며 “앞 사람을 간신히 밀어내면서 버텼다. 우산에 묻은 눈 때문에 겉옷이 더러워진 건 덤”이라고 토로했다.
여의도에서 강서구로 출근하는 장철민(27)씨는 “눈 온다고 해서 일부러 10분 일찍 나왔다”며 “버스가 다 밀려서 안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고 했다.
신목동에서 잠실로 가는 권정인(35)씨는 “역으로 가는 버스는 제때 왔는데 지하철이 늦게 왔다. 2호선이 계속 연착돼서 1시간 거리가 1시간20분 정도 걸렸다”며 “지하철은 안 늦어질 줄 알고 평소랑 똑같이 나왔는데 늦을 뻔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는 건물 관리인들이 눈을 쓸어내는 가운데 두꺼운 패딩과 코트를 입은 직장인 인파로 가득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김연주(40)씨는 “출근시간이 8시30분인데 지각이다. 원래 30분 걸리는데 오늘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한 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금융 컨설팅업계에 일하는 류모(25)씨는 “집이 분당이라 버스로 2시간 걸리는데 지하철 타니까 조금 더 걸린 거 같다. 새벽 6시에 나왔는 오전 8시에 도착했다”며 “금융 사계절이 없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출근하면서 휴대전화를 못 봐서 오전에 금융 뉴스를 못 봤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해 제인력 9600여명과 제설 장비 1424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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