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폭설에 직장인들이 ‘출근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하철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2~3대를 보낸 이후에야 탑승할 수 있었고 도로 위 차들은 빙판길에 속도를 내지 못해 거북이걸음을 이어갔다. 인도에도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시민들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27일 오전 7시 30분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다소 이른 출근길이지만 현장엔 목도리,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서초역에서 잠실로 출근한다는 신주희 씨(34)는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을 보고 평소보다 30~40분 일찍 집을 나섰다고 했다. 신 씨는 “평소엔 차 끌고 다니는데 어제부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지하철을 타러 왔다”며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잠실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A 씨(25)는 “첫눈이 이렇게 폭설로 내릴 줄 몰랐다”며 “아침에 눈 온 거 보고 놀라서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붐비면 더워서 패딩 대신 코트를 입었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역에서 성남 분당 신도시로 출근하는 장 모 씨(34)는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도 사람이 너무 몰려 열차를 한 대 보내고 겨우 탔다”며 “직장동료 중엔 지금 역에 사람이 몰려 아직 전철을 타지도 못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엔 여의도역, 강남역 등 주요 지하철역에 사람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도심 속 주요 도로에서도 차량 정체를 빚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지하철 왕십리역 4번 출구 인근 버스정류장에선 버스 시간 전광판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목을 쭉 뻗고 도로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정체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경기 성남에서 왔다는 김 모 씨(75)는 “동생 집에 가려고 나섰는데 길이 엄청 미끄러워서 조심히 왔다”며 “저녁에 길이 얼면 더 미끄러울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왕십리역으로 향하던 직장인 이 모 씨(34)는 “평소보다 5~10분 정도는 더 밀리는 것 같다”며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렀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으로 출근하는 50대 직장인 B 씨는 “차들이 속도를 못 내서 평소보다 30분 더 걸렸다”며 “눈 예보에 서둘러 나왔는데도 지각할 거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기준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에 5~15㎝(많은 곳 20㎝ 이상)의 적설량이 예상된다며 대설 주의보를 발령했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특히 노원구와 성북구 등 서울 동북권역엔 대설주의보가 대설 경보로 변경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짐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발령하고 인왕산로, 북악산로, 삼청동길, 와룡공원길 도로 4곳을 통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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