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뜨거워진 바다, 북쪽 찬공기 만나 ‘무거운 눈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7일 21시 13분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2024.11.27/뉴스1
27일 서울에는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후 11월 기준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산이 많은 관악구에는 눈 폭탄이 내리며 한때 27.5cm까지 눈이 쌓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눈구름대가 발달해 갑작스러운 폭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겨울 이 같은 국지성 폭설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서울, 사상 첫 11월 대설경보

기상청은 이날 시간당 많게는 5cm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리자 서울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를 발령하고 경기 북부 및 강원 지역 등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cm 이상 예상될 때, 대설경보는 20cm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한때 경기 군포시에는 27.9cm의 눈이 쌓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은 2010년 1월 이후 14년 만이며 11월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은 공식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강원 평창군에 25.2cm, 전북 무주군에 20.5cm의 눈이 쌓이는 등 영남과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적설량 10cm 이상의 많은 눈이 왔다.

본격적인 겨울이 되기 전 이례적으로 눈 폭탄이 쏟아진 주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평년보다 올라간 해수면 온도를 꼽는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는데 그 영향으로 서해는 현재 해수면 온도가 14~16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상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더운 서해 해수면을 만나며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 공기 중에 유입됐다”며 “이렇게 발달한 눈구름대가 육지로 이동해 폭설을 내리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서해 해수면 온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올겨울 이 같은 폭설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고 밤사이 서울 곳곳에 20㎝ 안팎의 큰 눈이 내린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쌓인 눈을 피해 출근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로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편서풍의 흐름이 끊기면서 발생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기압골이 발생한 것도 이번 폭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압골이 서해상에 있던 눈구름대를 수도권으로 끌고 들어오며 대기 불안정성이 커져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말했다.

●국지성 폭설로 서울 내에서도 적설량 차이

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발생한 탓에 이번 폭설은 수분 함량이 높은 습설(무거운 눈)로 내렸다. 습설은 수분 함량이 적은 건설(가벼운 눈)보다 3배가량 무거워 적설량이 많지 않아도 비닐하우스 등을 붕괴시킬 수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습설은 가로 10m, 세로 10m 정도에 20cm만 쌓여도 무게가 2.4t 정도 된다”며 “가로수가 꺾이거나,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서울 내에서 적설량 차이가 컸다는 것도 이번 눈의 특징 중 하나다. 27일 오전 8시 기준으로 강북구에는 눈이 20cm 쌓였지만 양천구에는 3.5cm밖에 쌓이지 않았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같은 영하권이어도 고도가 50~100m만 차이가 나도 미세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며 눈이 쌓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눈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은 관악산이 있는 관악구로 27.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번 눈은 28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5cm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지역에 따라 29일까지 눈이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서울 등 수도권 최대 25cm 이상, 강원 최대 20cm 이상, 충청권 최대 15cm 이상 등이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강하고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기온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 기상청은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 29일은 영하 8도까지 내려간다”고 밝혔다.

#폭설#눈폭탄#기후변화#국지성 폭설#습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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